가장 흔한 욕인 개새끼, 개자식은 개(犬)를 의미하는 말일까? 개의 새끼, 혹은 개의 자식인 강아지를 생각해 보라. 보드라운 털에 앙증맞은 몸짓 등 얼마나 귀엽고 사랑스러운가. 소새끼, 말새끼, 닭새끼 등 다른 동물 새끼도 많은데, 왜 하필 개일까? 오랜 세월 나쁜 이미지 속에 살아온 개들은 참으로 억울하겠다. 이제 개들이 활짝 웃을 수 있도록 그 누명을 벗겨 볼까 한다.
개새끼는 표준국어대사전에 어떤 사람을 좋지 않게 여겨 욕하는 말로, 주로 남자에게 이른다로 나와 있다. 사전대로라면 여자는 개새끼가 될 수 없으니 다행이다. 개새끼는 ‘개+새끼’의 형태로, 여기서 개는 다양한 의미를 안은 접두사다. 먼저 개살구, 개꿀 등의 예처럼 질이 떨어지거나, 다른 ‘가짜’의 의미로 활용된다. 이 경우 상대어는 ‘참’으로 참뜻, 참기름, 참깨 등이 있다. 또 헛된, 쓸데없다는 의미도 갖고 있다. 개꿈, 개나발, 개수작, 개죽음 등이 대표적 단어다. 개망나니, 개잡놈처럼 부정적 의미의 명사 앞에 붙으면 그 정도가 심하다는 의미가 된다. 새끼는 속되게 어떤 사람을 욕하여 이르는 말로, 개새끼는 이 경우에 해당한다.
못생기거나 나쁘거나 혹은 마음에 들지 않을 때 ‘개떡 같다’고 말하면서도 개떡의 의미를 모르는 이들이 많다. “개가 씹는 껌은 개껌, 개가 먹는 떡은 개떡”이라고 말하는 이도 있다. 개떡은 밀기울(밀을 빻아 체로 쳐서 남은 찌꺼기), 나깨(메밀 속껍질), 보릿겨 따위를 반죽해 아무렇게나 반대기를 지어 찐 떡으로 분명 개가 아니라 사람이 먹는 것이다. 물론 모양도 별로이고 맛도 떨어진다. 개떡의 개는 ‘질이 떨어지는’의 의미로 쓰였다. “오라버니 집에 가건 개떡 먹은 숭보지 마우. 이 담에 잘살거든 찰떡 치고 메떡을 쳐서 고대광실에 맞으리다….” 오라버니에게 개떡밖에 대접할 수 없는 누이의 서글픈 마음을 담은 옛 노래다. ‘개떡’이 ‘찰떡’과 ‘메떡’에 비해 얼마나 질이 낮은 떡인지를 알 수 있다.
개의 누명을 벗긴 김에 개의 장점도 들어볼까 한다. 개가 들어간 속담을 개 스스로 해석한 것들로 한때 큰 웃음을 줬다. “서당 개 삼 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는 개의 우수한 지능을,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본다”는 어떤 일을 망치더라도 좌절하지 않고 목표를 지향하는 자세를, “개똥도 약에 쓰려면 없다”는 개똥의 유용함을 뜻한단다. 개의 용맹함을 알려주는 속담도 있다.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 여기서 하룻강아지는 하루 된 강아지가 아니라 한 살 된 강아지다. 하릅은 소, 말, 돼지 등 짐승의 나이를 나타내는 말로 한 살을 뜻한다. 하릅 다음에는 ‘두습, 세습, 나릅, 다습, 여습, 이롭, 여듭, 아습, 열릅’이 온다. 하룻강아지는 하릅강아지가 변한 말이다.
사리사욕에 눈먼 개XX들이 사회 곳곳에 넘쳐난다. 그렇지만 개판이 될까 걱정스럽지는 않다. 어려운 이웃에게는 연탄과 김장김치를, 외로운 이들에게는 사랑을 전하는 따뜻한 발길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온정은 돌고돌면서 더욱 강해진다. 따뜻한 마음은 추운 계절일수록 더욱 아름답게 빛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