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창경궁에 반하다

입력 2015-11-17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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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어떤 계절이 가장 좋은지를 몰랐다. ‘여름은 땀이 흘러 싫고 겨울은 손발이 차가워서 싫으며 봄, 가을은 어정쩡한 날씨에 옷을 어찌 입을지 몰라 싫어.’라고 말하는 기상계의 염세주의자랄까. 하지만 이번 가을, 창경궁에 들렸을 때 사람들이 왜 가을을 좋아하는지 이유를 알게 됐다. 창경궁에서 가을에 반하고 말았다.

 

 

 

 

   상처가 아문 자리에 돋아난 아름다움

왕실의 웃어른을 편안히 모시기 위한 궁궐의 역할을 했던 창경궁은 정치공간으로 사용되는 외전보다는 생활 공간으로 이용됐던 내전이 더 발달했다. 왕과 신화와 백성의 교감하고 소통하는 창경궁의 외전은 궁궐의 정전 중 가장 오래된 명정전, 왕의 일상업무가 진행되던 문정전, 국사를 논하던 숭문당으로 이루어져있다. 왕실 여성들이 궁중에서 희로애락을 겪었던 내전은 왕비의 침전인 통명전, 정조와 헌종이 태어난 경춘전, 순조가 태어난 집복헌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일제가 동물원과 식물원을 들이면서 창경원으로 격하됐던 창경궁. 과거의 상처가 아물어 새살처럼 돋아난 아름다움이 있는 것이 아닐는지.

 

 

 

   논이 있던 자리가 산책로로

과거 춘당지는 활을 쏘고 과거를 보던 춘당대(창덕궁) 앞 너른 터에 자리했던 작은 연못(지금의 소춘당지)이었다. 지금의 춘당지에는 과거 왕이 백성들에게 모범을 보이기 위해 직접 농사를 짓던 ‘내농포’라는 논이 있었으나 일제가 이를 파헤쳐 큰 연못으로 만들었다. 1983년 이후, 전통양식의 연못으로 새롭게 조성한 것이 지금의 춘당지이다. 신록과 꽃으로 빛나는 봄, 연못의 시원함이 절정에 이르는 여름, 울긋불긋 화려한 단풍 옷을 입는 가을, 소복이 내려앉은 설경의 겨울까지. 춘당지의 사계는 언제나 조용히 우리의 귓가에 계절을 속삭인다. 가을에 둘러본 춘당지 산책로는 낙엽이 바닥을 빼곡하게 메우고 있어 산책로가 방치되었다는 느낌보다는 오히려 낙엽으로 꾸며놓은 느낌이 든다. 불어오는 바람에 어깨에, 발등에 낙엽이 떨어질 때. 창경궁의 깊어진 가을이 내 마음을 흔든다.

 

 

 

   고궁과 어우러진 이색적인 유리온실

1990년 건축된 창경궁 대온실은 우리나라 최초로 건축된 서양식 온실이다. 우리의 전통적인 분위기에 흠뻑 적셔져 있는 고궁에 유리온실이라니. 당시 새로운 건축재료였던 철과 유리로 지어진 유리온실은 예나 지금이나 이색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현재는 근대문화유산의 의미를 가진 문화재 중 하나지만 100여년 전에는 순종을 위로한다는 명목 하에 조선의 궁궐이 지닌 권위를 격하시키려 창경궁의 전각들을 헐어내고 동물원과 식물원을 만들어 창경원으로 바꾼 일제의 만행이 펼쳐졌던 곳이다. 이런 과거의 아픔이 스며있는 대온실은 우리나라의 천연기념물, 야생화, 자생식물들을 전시해놓고 있으며, 현재 자생화를 가꾸고 있는 자생화단과 더불어 궐내 자연학습장으로 이용되고 있다.TIP! 현재 창경궁 대온실은 구조안전진단 및 해체보수 설계관계로 인해 내부관람이 불가하다. (15. 11. 04 ~ 12. 13(40일간)

 

 

 

창경궁주소 서울특별시 종로구 창경궁로 185 창경궁전화번호 02-762-4868이용시간 평일 09:00 ~ 18:30 (17:30까지 매표 진행) / 월요일 휴관입장료 \1,000홈페이지 http://cgg.cha.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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