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은행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10월 마이너스통장 대출 규모가 159조원으로 전월보다 2조원 증가했다. 지난 2010년 5월(2조7000억원) 이후 5년 5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의 증가세다. 한은은 특히 10월 신용대출이 증가한 것은 추석 연휴와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 기간 중 신용카드 사용에 따른 결제자금 수요 탓이라고 분석했다.
결국 정부가 추진한 소비 진작책이 가뜩이나 경고음을 내고 있는 가계빚 급증세를 더욱 부채질한 꼴이 됐다. 여기에다 주택담보대출의 급증으로 10월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9조원이 늘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정부가 경기회복을 위해 내놓은 부동산과 소비대책 모두 가계빚 확대로 귀결되는 양상이다.
문제는 정부가 인위적으로 민간 소비를 키우면서 가계빚 등으로 소비여력이 더 축소될 것이라는 점이다.
이는 지난 8월과 9월 국산 승용차의 내수 판매를 전년 동기 대비 15%선까지 끌어올렸던 개별소비세 인하 효과가 대표적이다. 전문가들은 2012년 4분기에 진행된 개소세 인하가 끝난 다음 해 1분기 민간소비가 마이너스 증가율(-0.1%)로 전환된 사례를 들며 내년 소비절벽을 우려하고 있다.
이에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지난달 말 경제장관회의를 통해 올 4분기에 9조원 이상의 재정을 추가로 집행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시중자금의 유동성을 확대해 가계의 소비 위축을 막아보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문제는 정부가 우리 경제의 돈맥경화 현상을 간과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이미 선행된 정부의 유동성 확대 탓에 9월 통화량(M2ㆍ광의통화)이 5년 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증가율(9.4%)을 보였다. 시중에 돈이 풀리는 속도가 그만큼 빠른 셈이다.
하지만 6개월 미만의 정기예금과 요구불예금, 수시입출식 저축성예금 등을 포함한 단기부동자금은 912조8000억원으로 지난해 말(794조8000억원)보다 100조원 이상 급증했다. 시중에 풀린 돈이 마땅한 수요를 찾지 못한 채 부동화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전문가들은 저성장 우려가 이어지면서 기업 투자와 가계소비 위축이 돈맥경화로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이다. 특히 일자리와 가계소득 증대 등 장기적 대책보다는 유동성 확대를 통한 소비 회복 대책은 실효성을 얻기 어렵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