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청은 충남 천안 관세국경관리연수원에서 1박2일 일정으로 진행한 면세점 특허심사 결과를 14일 오후 7시 발표했다. SK네트웍스의 워커힐면세점은 신세계 손에 넘어갔다.
워커힐 면세점은 SK그룹(당시 선경그룹)이 1973년 워커힐 호텔을 인수한 뒤 1992년 호텔 안에 면세점을 두면서 시작됐다. 워커힐면세점은 쇼핑과 카지노, 숙박을 한 곳에서 모두 해결할 수 있는 도심형 복합 리조트 면세점이다. 특히 시계·보석과 국산품 차별화 전략을 통해 중국인 관광객(유커·遊客) 특화 면세점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애초 외국인 카지노 고객을 노린 탓에 인천공항과 서울의 대형 면세점들에 밀려 매출이 썩 좋지 않다. 서울 6곳 가운데 꼴찌다.
워커힐면세점의 지난해 매출은 2747억원으로 중소중견 면세점인 동화면세점(2천919억원)에도 못미쳤다. 면세점 운영 경력이 비슷한 롯데 잠실점(25년)과 비교했을 때에도 워커힐 면세점의 1㎡당 매출은 3400만원으로 롯데 잠실점(4400만원)보다 1000만원 적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SK네트웍스의 워커힐면세점 수성이 위태로울 것으로 내다봤다. 또 SK네트웍스에서는 워커힐에 대해 복합리조트형 면세점이라고 홍보하고 있지만 접근성은 타 후보지에 비해 확실히 떨어진다는 점도 약점으로 부각됐다.
셔틀버스를 운영하고 있기는 하지만 순수하게 대중교통을 이용해 워커힐 면세점에 가려면 지하철과 버스를 갈아탄 뒤 언덕길을 10분 가까이 걸어올라가야 한다.
관광버스로 패키지 여행상품 고객을 실어날라야 하는 면세점이 아닌 개별 자유여행을 즐기는 관광객들로부터 사랑받기에는 타 면세점에 비해 조건이 열악하다. 때문에 두산이 입지로 정한 동대문의 두산타워나 신세계의 충무로 본점이 더 높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SK네트웍스는 지난해 워커힐 면세점 매출이 2010년(1249억원)의 두 배로 뛴 점, 2013∼2014년 워커힐의 매출 성장률(46%)이 다른 시내 면세점 성장률(23%)의 두 배에 이른다는 점을 강조했지만 심사위원들은 다른 도전 업체의 성장 가능성을 더 높게 평가했다.
이번 실패로 최태원 회장은 경영에 만만치 않은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이는 SK네트웍스가 지난해부터 약 1000억원을 투자해 워커힐 면세점의 면적을 지금의 2.5배 규모로 키우는 리노베이션 작업을 진행해 왔기 때문이다.
SK네트웍스는 리노베이션을 통해 현재 4805㎡인 워커힐 면세점을 1만2384㎡로 확장시킨다는 계획이었다. 이는 롯데월드타워점(1만990㎡)보다 크고 롯데 소공점(1만3355㎡)에 육박하는 규모였다. 지금까지 겪었던 규모의 열세를 단번에 극복할 수 있는 기회였지만 선제적 투자가 되레 독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