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은 고기가 아니면 수라를 들지 않을 정도로 육식을 좋아했다. 상왕(태종)이 “주상은 사냥을 좋아하지도 않고 몸도 뚱뚱하시니 건강을 좀 챙겨야 한다”고 걱정했을 정도다. 재위 8년이던 1425년 세종은 두통과 이질에 시달리면서도 명나라 사신단을 맞이했다.
이때 사신단을 수행한 명나라 의원이 세종을 진맥하고, “상부는 성하고 하부는 허한데 이것은 정신적인 과로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세종실록 1449년 11월 15일에는 임금의 병세가 위중해 관곽을 미리 짜놓는 등 흉사에 대비했다고 기록돼 있다. 세종은 걸어 다니는 종합병원이었나 보다. 풍질(風疾) 때문에 두 어깨 사이가 찌르는 듯 아픈 증세가 고질병이 됐다. 또 ‘하루에 물 한 동이 이상을 마셔야 하는’ 소갈증과 망막변성(안질)에 시달렸다. 다리부종과 임질(淋疾) 수전증도 앓았다. 그런데도 세종은 병 때문에 정사를 잘 돌보지 못하는 것을 자책했다.
세종의 여러 지병 중 소갈증(消渴症)이 당뇨다. 세종과 소갈증 이야기를 하는 것은 14일이 세계 당뇨병의 날(WorldDiabetesDay)이기 때문이다. 유엔과 세계보건기구(WHO) 세계당뇨병연맹(IDF)이 1991년에 정한 날이다. 11월 14일은 인슐린을 개발해 1923년 노벨의학상을 받은 프레드릭 밴팅(캐나다) 교수의 생일이다.
당뇨는 ‘오래 사는 병’이라고 한다. 싸우려 하지 말고 친구처럼 잘 지내라고 하는 의사도 있다. 특히 걷기를 포함한 적당량의 운동이 당뇨와 그 합병증의 예방과 치료에 좋다. 소동파의 건강 생활지침인 네 가지 경책(警責) 중 맨 앞에 나오는 것이 “수레 타고 나가서 가마 타고 들어오는 것은 다리가 쇠약해지게 하는 일이다”[出輿入輦曰蹶痿之機]라는 말이다. 걸으라는 뜻이다. 나머지 세 가지에 대해서는 7월 4일자에 이야기했다. fusedtr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