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학중의 가족이야기] 기러기 가족의 손익계산서

입력 2015-11-12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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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학중 가정경영연구소장

감소하던 조기유학이 작년에는 2008년의 절반 가까이 줄었다고는 하지만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아직도 50만 명 가까운 기러기 아빠들이 있다고 한다. 8년간 아내와 딸을 뒷바라지하던 기러기 아빠의 이혼 청구를 법원이 받아주었다는 뉴스를 얼마 전에 보았다.

유학을 성공적으로 마친 학생들도 있고 조기유학의 장점도 많다. 다양한 문화와 타인을 이해하고 자신감과 독립심을 키울 수 있는 기회, 가족의 중요성을 절감하고 일체감을 높이는 계기가 되었다는 가족도 있다. 하지만 가족이 생이별을 해야 하는 조기유학은 예측이 어려운 장기 투자요, 기대만큼의 보상을 얻기가 대단히 어려운 모험이다.

자녀들의 의견은 고려하지 않고 부모의 욕심으로 유학을 보내거나 국내 대학에 갈 성적도 안 되는 자녀의 학력을 세탁하기 위해 유학을 보내는 경우는 더욱더 실패하기 쉽다. 가족의 불화나 이혼을 회피하기 위한 도피책일 경우에도 성공하기 어렵다. 아이들은 어른에 비해 적응이 빨라 외국어를 금방 배운다고 하지만 낯선 문화에서 서툰 언어로 학교 수업을 따라가기도 힘든데 자신의 의사를 제대로 표현도 하지 못하면 얼마나 절망스러울까? 문화적인 충격으로 친구들로부터 따돌림이라도 당하면 그 고통은 더욱 상상하기 어렵다. 대체로 아버지와 떨어져 지내다 보니 역할 모델의 상실이나 훈육의 부재로 한창 예민한 사춘기에는 탈선하기도 한다.

한국에 남아 돈을 벌어야 하는 아빠들은 부실한 식사와 외로움, 음주 등으로 건강을 해치기 쉽다. 부부간의 유대가 느슨해지고 별거가 장기화하면서 성적인 유혹에 끌려 부부간의 신뢰에 금이 가고 부부관계가 해체되기도 한다. 외국에서 아이들 뒷바라지로 고생하는 엄마들의 고충도 만만치 않은데 외국 문화를 추앙하며 개인주의로 흐르는 자녀들과 심각하게 대립하는 가족도 많다. 실직이나 도산 등 경제적인 어려움이나 또 다른 위기로 도중에 귀국을 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더욱 참담해진다.

그러나 한국의 경쟁적인 학교 생활에 적응하지 못해 다시 외국으로 나가야 하는 사태까지 발생하면 그것을 극복해낼 가족의 응집력은 이미 바닥을 드러낸 상태다. 현지 외국인들과의 접촉 없이 한인사회나 가족끼리만 지내다 보면 ‘영어 하나라도 제대로 배우고 오겠지’ 하는 기대마저 무너지기 십상이다.

이런 가족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자녀 스스로 유학을 가겠다는 확고한 목표의식과 의지가 있어야 한다. 사전에 충분한 조사와 경험자들의 조언을 통해 그 나라의 문화나 언어에 대한 준비를 철저히 하는 것도 대단히 중요하다. 그리고 가족이 서로 떨어져 있더라도 이메일이나 SNS, 영상 통화 등을 통해 자주 연락하고 가족의 소식을 공유해야 한다. 그리고 외국에서 살 것인지 귀국할 것인지를 염두에 두고 귀국 후의 적응이나 후유증에 대한 대처 방안도 마련해 두어야 한다.

가족과 함께 맛있게 식사하면서 대화를 나누고 가족과 함께하는 즐거움과 일상생활을 통해 삶의 지혜를 배워 나가는 가족의 힘을 키우는 것이 행복의 지름길이 아닐까? 자신의 삶을 희생해서라도 자식 공부에 ‘올인’하는 태도는 이제는 바꿔야 할, 노후를 위협하는 걸림돌이다. 세상은 바뀌어 외국 유학자나 외국 박사를 우대하던 풍토도 변화하고 국내에서도 외국어를 배울 수 있고 세계의 문화를 접할 수 있는 수단도 많아졌다. 이제 적은 비용으로 더 큰 행복을 누릴 수 있는 지혜를 찾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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