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조상준)는 정준양(67) 전 포스코 회장을 특경가법상 배임, 뇌물공여, 배임수재 등의 혐의로 11일 불구속 기소하면서 8개월간의 수사를 마무리했다. 검찰의 이번 수사로 포스코 전ㆍ현직 임직원 17명과 협력사 관계자 13명, 이상득(79) 전 새누리당 의원, 산업은행 송모 전 부행장 등 32명이 각종 비리 혐의로 기소됐다. 32명 가운데 구속된 피고인은 17명이다.
검찰에 따르면 정 전 회장은 당시 전모(55) 전략사업실장과의 밀실 논의로 부실기업인 성진지오텍(현 포스코플랜텍)을 비싸게 인수해 회사에 1592억원의 손해를 입힌 것으로 드러났다.
정 전 회장은 또 이 전 의원의 측근인 박모씨가 운영하는 티엠테크에 일감을 몰아주는 방식으로 이 전 의원에게 12억원의 뇌물을 건넨 혐의도 받고 있다. 정 전 회장에게는 처사촌동서와 공모해 박재천 코스틸 회장으로부터 4억7200만원을 수수한 혐의도 적용됐다.
정동화(63) 전 포스코건설 부회장은 회사 돈 40억원을 횡령한 혐의가 적용됐다. 또 공사 수주 대가로 브로커로부터 처남이 1억8500만원을 수수하도록 한 것으로 조사됐다. 배성로(60) 전 동양종한건설 회장은 900억원대의 분식회계와 포스코 측으로부터 875억원 상당의 일감을 특혜 수주한 혐의로 기소됐다.
한편 검찰의 수사가 전 정권의 핵심으로 더 진전됐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244일의 수사에도 불구하고 정 전 회장은 결국 불구속 기소됐다. 또 수사 과정에서 전 정권의 핵심 실세들의 이름이 거론됐지만 수사는 이들에게까지 확대되지 않았다.
이번 검찰 수사 발표를 계기로 포스코가 비리의 굴레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포스코의 전ㆍ현직 회장 8명 주 5명은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런 굴레를 끊는 것이 포스코의 핵심과제인 셈이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정치권이 포스코를 전리품으로 삼는 것 뿐 아니라 포스코의 관료주의도 비리의 근본 원인 중 하나”라며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기 위해서는 조직을 쇄신하고 지배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