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의 고민은 유럽의 고민과는 다르다. 유럽은 경제가 성장하는 시기에 복지국가를 건설할 수 있었지만 한국은 저성장시대에 접어들어 본격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스웨덴이나 영국 등 서유럽 국가들의 복지국가 모델을 그대로 들여올 수가 없는 실정이다. 복지정책과 관련해 거부할 수 없는 한 가지 진실이 있다. 그것은 복지정책 그 자체가 대단히 정치적이라는 사실이다.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에 이뤄진 1차 복지개혁과 2차 복지개혁의 추진 세력은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1차는 행정부가 추진 세력이었지만 2차는 정당이었다. 이런 추세는 앞으로도 계속돼 복지정책을 둘러싼 정당의 차별성은 점점 더 뚜렷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앞으로 복지정책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며, 우리 사회는 어떤 문제를 안게 될까. 우리는 스웨덴의 성공과 그리스의 실패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스웨덴은 1990년대 초, 그리스는 2008년 유럽위기 이후에 복지개혁을 시도했는데, 두 나라는 큰 차이를 경험했다. 그 격차의 주요 요인은 사회적 합의의 유무다. “위기의 원인은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스웨덴과 그리스의 위기극복 과정과 결과는 상이하다. 스웨덴은 사회적 대타협을 통해 경제 위기를 효과적으로 극복했지만 그리스의 경제 위기 극복은 심각한 난관에 봉착해 있다.” 한마디로 복지 혜택을 줄이고 경제의 생산성을 올리는 방식에서 스웨덴은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내는 현명함을 발휘하는 데 성공한다. 오히려 그리스는 위기를 맞은 이후에 국민의 의견 차이가 심화하는 경향을 보였다. 우리나라의 미래에 시사하는 바가 큰 역사적 경험이다. 우리 또한 복지라는 주제에 사회적 합의를 이루어낼 수 있을 것인가. 그것이 문제다.
이 책에는 우리가 눈여겨봐야 할 또 하나의 중요한 사실이 들어 있다. 우리는 흔히 한 사회가 노령화될 때 노년 인구의 증가가 가져오는 재정 부담에 주목하게 된다. 하지만 노년 인구의 증가는 정치 지형도를 바꾸어 놓는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어떤 사회든 노년 인구의 비중이 증가하면 복지를 비롯해 개혁을 원하는 사람들이 크게 줄어드는 것을 뜻한다. 한마디로 그냥 이 상태대로 오래 가기를 소망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는 사실은 복지 개혁을 비롯한 어떤 개혁이라도 어려움에 직면하게 된다는 사실이다. “고령화는 나라의 정치 지형을 바꾼다는 면을 간과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노인들은 대체로 복지국가의 개혁과정에서 꼭 필요한 변화에도 저항하는 경향이 있다.” 그만큼 노인 유권자가 증가할수록 현상 유지를 원하는 사회로 달려 가고 만다는 사실은 우리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국 사회의 진로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읽어 볼 만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