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5일 참여국 정부 홈페이지 등을 통해 공개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과 관련해 원산지 완전 누적 기준 도입, 국영기업 규제, 환경분야 이슈 반영 등이 기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비해 새롭게 도입된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김학도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실장은 이날 정부 세종청사에서 TPP 협정문의 내용을 전달하면서 이 같이 설명했다.
다음은 김 실장과의 일문일답.
-시장 접근 분야의 특징은.
△높은 수준에서 포괄적인 자유화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관세는 즉시 철폐되거나 최장 30년 걸쳐 철폐된다. 품목 수 기준으로 95~100% 달성됐다고 본다. 공산품은 10개국에서 3단계에 걸쳐 100% 철폐할 예정이다. 호주는 중고차, 멕시코는 화물차 등에서 일부 예외를 인정받았다. 당초 예외 없다고 했는데 각국의 민감성이 반영된 듯하다.
-규범 분야는.
△국영 기업(SOE), 협력 및 역량강화, 경쟁력 및 비즈니스 촉진, 개발, 중소기업, 규제조화 등 신규 통상 이슈들을 별도 챕터로 구성했다. 한미 FTA와 전반적으로 유사하지만 새로운 요소가 도입됐다.
주요 특징은 3가지다. 역내 생산 재료와 공정에 대한 원산지 누적 허용을 통해 글로벌 가치 사슬 형성을 촉진하는 것, 민간기업과 동등하게 경쟁하도록 국영기업을 규제하는 것, 환경 분야에서 생물 다양성, 해양오염 방지 등 국제 이슈를 반영한 점 등이다. 위생 및 식물위생조치(SPS)에서 문제가 생길 경우 정부가 협력 채널로 기술협의(consultation) 메커니즘을 설립할 수 있다는 부분이 새로 들어갔다. 무역에 대한 기술장벽(TBT), 투자, 국경 간 서비스공급, 금융서비스 등은 한미 FTA와 큰 차이가 없다. 새롭거나 강화된 의무 등에 대해서는 세부 영향을 검토해서 대응 방향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완전 누적 원산지 규정과 관련해서 역내 국가가 아닌 다른 국가에서 원료 등을 들여와서 부가가치가 발생해도 역내 원산지로 인정받나.
△역외 국가는 해당이 되지 않는다. 역내 국가끼리 원산지 인정 수준을 계산한다. 품목별 기준이 있다. 상세한 내용은 나중에 정밀 분석하겠다.
-국영기업 부분에 대해 더 설명해달라.
△여기서 국영기업이라고 함은 정부가 지분의 50% 이상을 소유하고 있거나 의결권의 50% 이상을 가진 경우로 파악된다. 협정문은 국영기업이 상업적으로 활동하면서 정부 보조를 통해 상대국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거나 상대국이 이의를 제기할 경우 인과관계를 입증해 승소하는 경우에 한해 정부 지원이 제한되도록 하고 있다. 국영기업의 기준에는 예외 리스트도 있고 어떤 기관에 대해 어떤 조건으로 적용할지에 대해서는 해석의 여지가 있다. 추후 협상을 통해 반영할 것으로 생각된다. 상계관세 보복조치 규정은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환경 분야는.
△불법 어업에 대한 보조금, 과잉 어획 상태의 어족 자원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수산보조금 금지 조항 등이 포함됐다. 하지만 어떤 어종인지는 분명치 않다.
-TPP의 개방 수준은 어떻게 보나.
△TPP의 개방 수준이 한미 FTA의 수준보다 높다고 일률적으로 말하기는 적절치 않다. 한미 FTA는 (최종적으로) 미국이 100% 개방하는 수준이다. TPP 참여국의 절반 이상이 100% 개방했지만 그렇지 않은 나라도 있음을 참고해달라. 일본은 농산물에서 80여 개 품목을 양허에서 제외한 것으로 파악된다.
-우리나라가 TPP에 참여할 경우 우리 경제에 미칠 영향은.
△우리가 참여하게 되면 중소기업 등 우리 기업들의 수출과 투자에 긍정적 영향이 생길 것이다. 우리나라가 베트남이나 브루나이에 진출할 때 도움이 될 것 같다. 협정문 내용은 최소한 한 달은 더 분석해야 할 것 같다.
-언제 발효되나.
△조속한 발효와 비준 촉진을 위한 규정이 있다. 서명 후 2년 내 모든 회원국이 비준하지 못할 경우 국내총생산(GDP) 합계 85% 이상을 충족하는 6개 나라가 비준 절차를 완료하면 그들 국가 간에 우선으로 협정이 발효된다.
-신규 가입국은 어떤 절차를 밟아야 하나.
△신규 국가가 가입을 신청하면 작업반(working group)을 설치해 가입조건을 협의하도록 했다. 작업반을 어떻게 설치할지 등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협의가 안 됐다고 파악된다.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기준에 준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WTO와 기준이 동일하다면 각국이 공동으로 할 수도 있고 우리가 개별국가를 일일이 만나서 협상한 뒤 전체 작업반 회의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의 TPP 가입이 개성공단 등 남북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나.
△기존에 체결한 FTA를 보면 협상을 통해 관련 내용을 반영해왔다. 개성공단 생산품은 한국 기업들이 생산한 것으로 반영하려고 노력해왔다.
-한미 FTA와 비교할 때 자동차 분야의 개방 수준은.
△관세의 경우 한미 FTA는 5년 내 철폐이고 화물차는 10년 내 철폐다. 미국의 경우 일본산 자동차 승용차는 25년 내 철폐이고 트럭과 화물차 등은 30년 내에 철폐하기로 했다. 관세만 놓고 보면 한미 FTA가 수준이 높은 것으로 파악된다. 미국이 자동차 시장을 상당히 보호했다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TPP에 늦게 가입해서 불리하다는 지적이 많은데.
△모든 협상이 그 당시 시점의 상황이 있기 때문에 그때는 국익을 고려해서 판단했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는 우리가 TPP에 가입하지 않은 상태에서 영향을 분석하는 것이다.
한미의 경우 공산품은 99.8% 정도 철폐하기로 한 상황이라 당시 다른 나라와의 농산물 분야가 민감하게 보였을 것이다. 일본과는 공산품에서도 민감한 부분이 있어서 실질적으로 우리 기업이 감당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 부분을 검토해야 하기 때문에 면밀히 분석해야 된다.
결국 이익 균형이 맞아야 한다. 우리는 TPP 가입국 가운데 10개국과는 이미 FTA를 체결했다. 기체결국인 베트남과 다시 협상을 한다면 우리가 개방하는 만큼 베트남도 더 많은 개방을 하게 돼 있다. 우리가 지켜야 할 것을 더 지키면 내줘야 할 것은 더 내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