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 생각] 10월 20일 楓葉神交(풍엽신교) 단풍잎으로 주고받는 벗들의 우정

입력 2015-10-20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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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겸 미래설계연구원장

정조~순조 연간의 문인 김조순(金祖淳ㆍ1765~1832) 서영보(徐榮輔ㆍ1759~1816) 이만수(李晩秀ㆍ1752~1820)는 아주 친한 벗들이었다. 1806년 10월 중순(양력), 금강산 유람을 떠난 서영보가 서울에 있는 김조순과 함흥에 관찰사로 가 있는 이만수에게 금강산 단풍과 시를 보냈다. 동봉한 편지에는 “금강산 1만 2천 봉우리가 모두 이 단풍잎으로 덮여 있음을 멀리서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썼다. 금강산은 바로 풍악(楓嶽)이 아니던가.

단풍을 받은 이만수는 마침 짓고 있던 건물에 홍엽루(紅葉樓)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리고 단풍잎과 편지를 ‘홍엽첩(紅葉帖)’이라는 시집으로 엮어 서영보는 물론 김조순에게도 보냈다. 이만수는 당대 최고의 고문가(古文家) 홍석주(洪奭周ㆍ1774~1842)에게도 글을 부탁해 홍엽첩에 얹었다. 김조순은 이와 별도로 화가를 시켜 그 단풍을 그리게 하고 글과 함께 묶어 ‘홍엽전조첩(紅葉傳照帖)’을 만들었다.

18년 뒤인 1824년, 단풍으로 물든 묘향산에 간 김조순은 단풍가지 하나를 꺾다가 이미 세상을 떠난 두 사람을 생각하며 눈물짓는 시[溪上折取楓枝有感]를 썼다. 그는 시에 붙인 주석에 서영보가 보내온 단풍잎을 연적의 갑(匣) 안에 넣어두었더니 18년 후에도 손상되지 않았다고 썼다. 김조순은 호도 풍고(楓臯)였다. 臯는 언덕, 깊은 못을 뜻하는 글자다.

말하지 않아도 벗끼리 서로 통하는 것을 신교(神交), 그런 만남을 신회(神會)라고 한다. 홍석주는 세 사람의 아름다운 ‘단풍의 우정’을 “천고의 풍류요 운치 있는 일”이라고 홍엽첩에 썼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단풍은 떨어져 장차 사라지지만 그 정화(精華)만은 남아 바람과 서리가 매섭게 쳐도 그 색은 더욱 선명하게 됩니다. 군자의 만절(晩節)이 이와 같은 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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