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지표가 우상향이다. 집값은 지난 달까지 24개월 연속 상승했다. 아파트값은 지난 주까지 40주 뛰었다. 전세가격은 무려 79개월 연속 올랐다. 꺾일 줄 모르는 가계 대출은 사상 최대 행진을 이어가는 중이다. 대부분 집을 구입하기 위한 주택담보대출이다.
2년 전에 비해 분양가가 1억원 넘게 오른 곳도 눈에 띈다. 억 단위의 웃돈을 주고 불법으로 분양권 거래를 하는 상황이 여기저기서 목격된다. 전문가들은 수도권 분양시장이 이상 과열 현상을 보이고 있다며 시세차익을 노린 투자는 위험할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얼마나 올랐나? = 14일 국민은행이 발표한 9월 전국 주택매매가격은 전월대비 0.47% 상승하며 24개월 연속 상승했다. 전세가격 상승으로 인한 매매전환수요와 가을 이사철 계절적 수요가 증가하면서 상승세가 지속됐다는 게 은행측의 설명이다.
지역별로도 수도권, 지방 등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상승폭 확대됐다. 대구(1.02%), 부산(0.54%) 등 지방광역시의 가격이 오르는 가운데 서울 (0.51%), 인천(0.58%), 경기(0.49%) 등 수도권 지역도 강한 상승세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수도권에서는 경기 광명(1.01%), 군포(0.86%), 의정부(0.76%) 등 서울 인근 도시의 상승폭이 크게 확대됐다. 지방광역시에서는 대구수성구(1.48%), 달서구(1.40%), 북구(1.15%), 광주동구(0.96%), 울산북구(0.89%) 등에서 상승세가 멈추지 않고 있다.
주택 가격이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지만 집을 사려는 수요는 멈추질 않는다. 한국은행이 13일 발표한 가계대출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 8월 중 예금취급기관의 가계대출은 전월보다 9조8000억원 늘었다. 8월만 놓고 보면 역대 최대 수준이고 지난 4월 10조1000억원이 증가한 데 이어 사상 두 번째로 액수가 크다.
문제는 대부분의 가계대출이 주택 구입에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8월은 부동산 시장의 비수기임에도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대출 급증세가 전혀 누그러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분양가 고공행진, 일부 지역선 1억원 웃돈에 불법 거래 = 아파트를 중심으로 주택 가격이 오름세를 이어가자 신규 분양가도 치솟고 있다. 이번 달 신규 분양 아파트는 10만여 가구에 달한다. 2003년 이후 10월 분양으로는 가장 높은 수치다. 건설사들이 부동산 호황 때 밀어내기로 ‘한몫 건지자’는 의도가 반영됐다는 지적이다.
알짜 지역의 경우 거래가가 평균 분양가를 1~2억원까지 웃돈다. 올 연말 입주를 앞둔 성남 위례신도시의 경우 몸값이 가장 많이 뛰었다. 410가구가 입주할 래미안 위례신도시(101㎡)는 6억8000만원이었던 평균 분양가가 최근 8억4000만원으로 급등했다.
서울서 약간 떨어진 수도권 지역의 분양가도 천정부지다. ‘한강신도시 반도유보라 5차’와 ‘e편한세상 한강신도시 2차’를 시작으로 5개 단지 3991가구가 공급되는 한강신도시 지역의 분양가는 3.3㎡ 당 평균 1000만원을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
남양주 다산신도시의 분양가도 올해 들어 3.3㎡당 920만원에서 9월 1,060만원으로 한 달만에 7.5%나 급등했다. 10월에는 이곳 아이파크의 경우 1140만원으로 더 뛰었다.
일부 지역에선 매매가격 급등세가 지속되면서 전매제한이 풀리지 않은 단지가 불법적으로 거래되기도 한다. 마곡지구가 대표적인 곳으로 이 지역 한 공인중개사는 “1~2억원의 웃돈이 붙은 불법 전매가 일어나기도 한다”고 말했다.
강태욱 KEB하나은행 부동산팀장은 “(과열 분위기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현재 주택 가격은 전세값이 받쳐주고 있는 상황으로 크게 떨어지기 쉽지 않다”며 “다만 대출규제와 금리인상 문제가 불거지면 분위기가 다운될 여지가 없는 것도 아니다”라고 전망했다.
특히 전문가들은 투자 목적의 분양권 구입은 심사숙고할 필요성을 지적했다.
NH투자증권 김규정 부동산 연구위원은 “수도권과 지방 등에서 신규 아파트의 공급 누적 경고치가 높아진 만큼 프리미엄의 확신이 없는 판매자들이 물량을 내놓을 가능성이 있다”며 “시세차익을 노리고 분양권을 사는 입장에선 신중히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올 하반기 신규 분양을 쏟아내고 있는 건설업계 종사자들도 최근 상황에 대해 우려를 보내고 있다. 집값의 주기대로 움직인다면 과열권에 들어섰다는 판단이다.
익명을 요구한 아파트 건설업체의 한 관계자는 “주택 가격, 특히 아파트의 경우 8,9부 능선까지 온 것 같다는 판단”이라며 “이런 상승세가 1년이 될지 2년이 될지 모르겠지만 점차 수그러들 수 있어 웃돈을 주고 분양권을 사는 사람들은 조심해야 할 상황”이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