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중공업이 2분기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 이후 실적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가 지속되는 가운데, 삼성엔지니어링과의 합병 재추진 여부가 관심사로 떠올랐다. 삼성엔지니어링 주가가 작년의 반토막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합병 조건이 무르익었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지난해보다 악화된 실적이 발목을 잡고 있다. 더욱이 사업구조조정 진행 중인 삼성그룹에서 조선 플랜트 사업의 존재감이 이전 같지 않다는 것 역시 중요한 변수다.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의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64억~255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흑자 전환할 것으로 예상된다. 2분기 대규모 손실 반영 이후 실적은 안정화됐지만, 아직 의미있는 수익개선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게 대체적인 판단이다. 삼성엔지니어링의 경우 상반기 누적 수주가 2조1836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58.3%에 불과하는 등 수주 부진으로 매출액 역성장 기조가 지속되고 있다.
두 회사는 지난해 9월 합병을 추진했지만, 삼성엔지니어링에 대한 주식매수청구가 한도인 4100억원보다 70% 이상 많은 7063억원이 행사되면서 합병이 무산됐다. 하지만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과 박중흠 삼성엔지니어링 사장이 지난달 각각 “장기적으로 두 회사는 하나의 회사가 되는 게 맞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면서 합병 재추진 가능성이 다시 수면위로 떠올랐다.
1년 새 삼성엔지니어링 주가가 6만원대에서 3만원까지 내려앉으면서, 당시 논란 중 하나였던 삼성중공업이 지불해야 하는 프리미엄이 줄어들어 합병 비용 측면에서 유리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업황부진으로 양사 모두 실적악화가 심상치 않은 수준이라는 점에서 당장의 합병은 비현실적이란 의견이 많다.
양사 합병이 주목받는 이유는 삼성그룹이 지난해부터 지배구조 개편과 함께 ‘선택과 집중’의 사업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에서다. 하지만 사업군 재편 일환으로 합병을 결정하더라도 기존 의도했던 시너지는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란 지적도 나온다. 당초 삼성그룹이 합병의 이유로 내세운 것은 중복되는 부문의 통합을 통한 비용절감과 신규수주 등 영업측면에서 시너지였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사업적으로 중복되는 부분은 사실상 크지 않다”며 “업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삼성중공업은 1~2년 어려운 시기가 있겠지만 이후에는 내실을 쌓을 수 있겠다”면서도 “삼성엔지니어링의 경우 그렇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더욱이 양사 합병을 전후해 그룹 내 중공업군 입지 약화 가능성 역시 초미의 관심사다. 시장 일각에서는 삼성중공업 매각 가능성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그룹이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을 합병해 매각할 수도 있다는 게 정설일 정도로 합병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며 “삼성의 사업구조조정 과정에서 각 기업은 덩치가 너무 크고 업황이 좋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대형 부실이 나더라도 합병 이후 대규모 손실을 완전히 털어내는 시나리오도 생각해볼 수 있는 상황”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