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진형 한화투자증권 대표이사의 개혁 중심 경영이 결국 집단 반발로 이어져 이 사태의 근본적 문제점이 무엇인가에 증권가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서비스 선택제’ 시행을 둘러싸고 일어난 초유의 이번 임직원집단 항명 사태를 두고 증권가에서는 업계의 고질적 관행과 주 대표의 불통(不通)이 화를 키운 것이라는 평가가 주를 이루고 있다.
7일 한화투자증권에 따르면 이 회사는 지난 5일 강행한 서비스 선택제에 대한 임직원과 고객들의 불만이 폭주하자 이번 제도를 자율제로 시행하기로 결정했다.
서비스 선택제는 주식 투자 시 고객의 주식 위탁 계좌를 상담(컨설팅) 계좌와 비상담(다이렉트) 계좌로 분리해 수수료율을 다르게 책정한 제도다.
이번 제도 시행을 앞두고 리테일본부 사업부장과 지점장들은 소액 투자자의 수수료 부담이 가중될 수 있어 고객 이탈과 영업기반 훼손이 우려된다며 제도 시행 유보를 요청했다. 그러나 주 대표는 서비스 선택제를 예정대로 강행하며 이번 집단 항명을 주도한 임원 3명과 지점장 1명에 대해 자택 대기명령을 내리는 등 문책성 징계를 내렸다.
한화투자증권의 내홍이 일어난 것에 대해 국내 증권업계의 후진적인 관행에 주 대표의 불통이 더해져 사태가 커졌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A증권사 고위 관계자는 “주 대표가 주장하고 시행한 제도 중 일정 부분은 다른 증권사들에서도 검토까지 했던 사업 모델들이며, 실제 임직원 자기매매 제한, 매도 보고서 독려 등은 금융당국이 주장하는 코드와도 맞다”면서 “다만 이 같이 남들이 안 한 제도들을 추진하려면 여러 주최의 동의와 소통을 구하며 진행해야 하는데 나 혼자만 인정하고 추진하는 것은 혁명으로 밖에 비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또 B증권사 고위 관계자도 “결국 주 대표가 추진하려던 훌륭한 영업모델들도 메신저가 메시지를 잡아먹은 꼴이 됐다”며 “추진하려는 제도의 본질보다 사장의 개인적 성향(Personality)에만 초점이 맞춰 본말이 전도되는 최악의 상황을 맞이했다”고 덧붙였다.
특히 내부적으로는 주 대표의 일방적인 경영방식에 대한 불만이 이미 높아지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주 대표가 영입한 회사의 고문이 자신의 영역을 넘어 경영 전반에 깊숙이 관여하는 등의 일이 발생하면서 주 대표에 대한 반발심이 높아지고 있었다는 것이다. 한화투자증권 내부 관계자는 “주 대표가 영입한 고문이 주간 경영 회의를 참여하는 등 고문의 역할을 넘어 거의 임원에 준하게 움직이며 내부적으로 부정적인 평이 많이 나왔다”고 귀뜸했다.
일각에선 한화그룹이 주 대표의 선임부터 집단 항명 사태로 인한 조직의 이미지마저 손상된 현재까지 통제를 제때 못한 책임이 있다고 평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