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로 심각해지는 공해 문제가 중국 지도부의 최대 난제로 부상했다.
공해로 국민의 건강은 악화하고 있지만 경기둔화가 심화하는 상황에서 환경보호에 초점을 맞추기도 힘들다. 그러나 공해 문제를 처리하지 못하면 쌓여가는 불만이 중국 공산당에 가장 큰 족쇄로 작용할 수 있다.
중국 베이징에서 지난달 3일(현지시간) 열렸던 ‘항일전쟁 및 세계 반파시스트전쟁 승리 70주년 기념행사(전승절)’는 시진핑 국가주석 등 중국 지도부가 처한 모순을 극명하게 드러냈다.
당국은 청명한 하늘 밑에서 전승절을 치르기 위해 차량 홀짝제를 시행하고 인근 공장과 건설현장에 임시 폐쇄령을 내렸다. 이에 전승절 당일 베이징 주민은 맑고 청량한 가을 하늘을 만끽할 수 있었다. 이에 ‘열병식 블루’라는 신조어가 생기기도 했다.
그러나 미국 CNN방송은 전승절이 끝난 다음 날인 9월 4일 스모그로 짙게 뒤덮인 베이징 시내 사진과 함께 현지 주민의 허탈한 심정을 공개했다. 전승절 당일 베이징의 대기질지수(AQI)는 ‘매우 깨끗한 수준’을 뜻하는 17을 기록했으나 불과 하루 만에 ‘건강에 해로운 수준’인 160으로 치솟았다.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의 한 사용자는 “‘열병식 블루’가 단 한 방에 사라졌다. 마치 마술과 같다”며 “파란 하늘에 익숙해졌는데 갑자기 없어지니 불안하다”고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중국 정부가 ‘열병식 블루’와 같은 기적을 지속할 수 없는 이유는 분명하다. 환경보호와 경제 발전 사이에서 적절한 조화를 찾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당장 중국의 지난달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지난 8월에 49.7로 3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주요 이유 중 하나로 전승절 준비를 위한 공장 폐쇄가 꼽혔다.
경제를 살린다고 마냥 공해 문제를 방치할 수도 없다. 미국 UC버클리(캘리포니아주립대 버클리 캠퍼스)의 물리학자들이 지난 7월 발표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매년 160만명의 중국인이 심각한 공해에서 비롯된 심장마비와 폐암, 천식, 뇌졸중 등으로 사망한다. 이는 하루 4000명이 공해로 사망하는 꼴이다.
정부도 지난 1월 25년 만에 환경보호법을 개정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새 법은 중국 역사상 가장 엄격한 환경 관련 법제로 평가받고 있다. 오염을 유발하는 기업에 대한 벌금 상한선을 없앴고 환경당국에 공장 폐쇄 등 법 집행 권한을 갖게 했다. 감독을 피해 오염물질을 배출했을 때는 행정 처벌로 구금까지 할 수 있게 했다. 각 지방정부는 심각한 대기ㆍ수질 오염이 발생했을 때 경보를 발령하는 등 긴급 조치를 취해야 한다.
리커창 중국 총리는 지난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폐막식 기자회견에서 “대기오염 등 환경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정부의 의지는 흔들리지 않고 있다”며 “어떤 기업이든 법에 따라 단호하게 추궁할 것이다. 몰래 오염물질을 배출하는 기업은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환경 부문에 대한 투자가 경제성장의 원동력이 될 수 있다. 중국 정부는 제12차 5개년 경제계획(2011~2015년) 기간 중국의 환경 분야 투자액은 3조1000억 위안(약 573조원)으로, 이전 5년간의 1조5400억 위안에서 두 배 늘어난 것으로 추산했다. 천지닝 중국 환경보호부 부장은 “앞으로 수년간 환경 분야에 대한 투자액이 8조~10조 위안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환경 문제에 주민의 관심이 모아지는 것을 반길 수도 없는 것이 시진핑 지도부의 또 다른 고민거리다. 환경에 대한 우려가 당과 정부에 대한 불만으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 중국 CCTV 전직 앵커였던 차이징이 만든 환경 다큐멘터리 ‘돔 지붕 아래에서’가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자 당국이 일주일 만에 해당 동영상을 차단하는 등 봉합에 나선 것도 이런 우려에서 비롯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