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당시부터 파격적인 행보로 주목받아 온 주 대표가 임기를 6개월이나 앞두고 자신의 후임 내정자와 불편한 동거를 시작하면서 사실상 레임덕을 맞이했기 때문이다.
통상 상장사의 대표이사직은 임기 1~2개월 전부터 후임자 선정을 위한 작업에 돌입한다. 임기 6개월 전에 연임 불가 통보와 후임자 내정을 확정한 일도 사실상 증권업계에선 유례가 없던 일이었다.
이 때문에 이번 주 대표 인사는 여러모로 모기업인 그룹과 주 대표의 불편한 관계를 여실히 드러냈다는 평가다.
주 대표는 2013년 취임 당시부터 천편일률적인 매수 보고서에 반하는 매도보고서 독려, 고객 이익을 우선시하겠다며 개인성과급 제도 폐지, 고위험등급 주식 선정 발표, 열린 주주총회 개최, 임원진 자사주 의무 보유, 언론인을 영입 ‘사내 편집국’ 신설 등 증권업계 CEO로서는 보기 드문 개혁에 앞장섰다.
외형적인 측면에서 보면 그가 한 새로운 시도들이 한편으로는 참신하다는 생각도 든다.
누군가는 총대를 메고 해야 할 일을 용감히 나서 시도한 점에선 박수칠 만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러나 그의 개혁과 도전이 다수의 공감을 얻지 못한 일방통행적인 점은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실제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활발하게 자신의 주장을 피력하는 그는, 역설적이게도 취임 직후 기자실을 없앴다. 대다수 소신 있는 CEO들이 언론에 자신의 견해를 피력하며 대중과 소통한다는 측면에서 선뜻 이해할 수 없는 처사였다.
또 당시 푸르덴셜투자증권과 합병 후 350여명에 달하는 인력구조조정을 단행한 그는 새로운 대표 내정자가 임시이사회에서 선정된 바로 그날, 신규 직원들의 자녀 학자금 대출을 갚아주겠다고 SNS로 밝혔다.
여기에 한화그룹과 삼성그룹 간 빅딜이 막바지에 이른 시점에 삼성물산 합병을 반대하는 보고서를 무려 두 차례나 내 삼성그룹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려는 한화그룹을 곤경에 빠뜨리기도 했다. 주 대표가 이끌었던 변화 과정에서 많은 임직원이 회사를 떠났다.
금투업계 고위 관계자는 “따지고 보면 주 대표가 한 여러 개혁과 시도들, 특히 임직원 자기매매 근절과 매도 보고서 독려 등은 금융당국의 개혁과도 코드가 통했다”며 “그러나 여러 개혁 과정에서 그룹 또는 사내 직원들과 소통을 거치지 않고 다소 독단적으로 행동에 옮겨 여러 사람을 불편하게 하거나 난처하게 한 ‘나 홀로식 경영마인드’로 비쳐진 점에 대해선 유감”이라고 꼬집었다.
주 대표 스스로는 한국엔 없는 새로운 증권업계 개혁을 이루는 과정이었다고 자평할지도 모른다.
본인은 애초에 연임 의사가 없었고, 개혁의 성과 여부는 CEO의 연임이 아닌 먼 훗날 고객이 평가하는 것이라고 SNS를 통해 퇴직의 변까지 올렸다.
그러나 아프리카 속담 중에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말이 있다.
주 대표가 임기 내 이루고자 했던 개혁과 시도들이 증권업계와 사내 임직원, 그룹과 함께하는 더 많은 소통과 노력까지 곁들였다면 ‘여의도 돈키호테’, ‘돌출행동’이라는 수식어대신 ‘소통형 리더’로 부각되지 않았을까.
공감 없는 일방통행식 개혁은 자칫 독불장군으로 비쳐질 수 있다는 냉정한 현실을 그도 곱씹어 봤을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