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박근혜 정부의 최우선 국정과제이자 4대 개혁의 화두는 바로 ‘노동시장 개혁’이었다. 그 중심에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이 있다. 이 장관은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에 맞서 정리해고 법제화 등에 합의했던 1998년 2월 노사정 대타협 이후 17년 만에 노동시장 구조개선 방안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 낸 주역으로 평가받는다.
행정고시 25회 출신인 이 장관은 노동부에서 공직 생활을 시작해 고용노동부 차관까지 역임한 30년 경력의 정통 행정관료다. 노동 분야의 정책통으로 행정가 출신 장관이지만 의외로 관계와 노동계는 물론 정계, 학계, 재계를 넘나드는 폭넓은 인맥을 갖고 있다.
노동부 국장,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상임위원, 한국기술과학대학교 총장 등을 거친 데다 개인 특유의 온화한 성품에 친화력까지 더해져 두루두루 원만한 관계를 구축해 온 결과다.
이 장관은 특히 고용부 업무의 양축인 노사·고용정책과 관련한 주요 보직과 노사정위 위원 등을 맡으면서 우리나라 노사관계의 역사적 현장을 지켜왔다. 현대중공업 노조투쟁 태동기인 지난 1986∼1987년 그는 울산지방노동청에서 사무관으로 일했다. 1990년대 초반에는 노사관계를 총괄하는 노사조정과의 주무 서기관으로 오래 근무하며 현장의 노사쟁점을 마스터했다.
노사정위가 만들어지고 첫 노사정 대타협을 이뤘던 김대중 정부 초기에는 청와대 행정관을 맡았고 2003∼2004년엔 노사정위 운영국장으로 ‘주5일 근무제’ 도입(2005년)의 기초를 닦았다. 이후 2007년에는 고용정책관으로 일하며 사회적기업을 탄생시킨 주역이다. 이 같은 과정 속에서 그는 노동계와 재계의 노사관 및 인사 담당 인사들과 촘촘한 인맥을 쌓아왔다.
노동계에서는 금속연맹 부위원장, 현대중공업 노조위원장을 지낸 오종세씨를 비롯한 여러 재야 노동운동가와 현장에서 직접 부대끼며 교류해왔다. 특히 김동만 한국노총 위원장과는 사석에서 ‘형ㆍ동생’ 할 정도로 친분이 두텁다. 작년 9월 처음으로 노동시장 구조개선 논의에 착수한 이후 수많은 우여곡절과 진통 끝에 1년 만에 결실을 맺을 수 있었던 것도 노동계를 대표한 노사정 대화 주체인 김 위원장과 쌓아 온 ‘20여년 신뢰관계’와 교감이 한몫했다는 평가다.
노사정 대타협을 위한 노동계와의 물밑 대화 과정 중 갈등도 있었지만 여러 사안을 두고 호흡을 많이 맞춰 한노총 집행부뿐만 아니라 산별노조 위원장들과도 가까운 인연을 유지하고 있다.
재계 인맥을 보면 우선 김영배 경영자총연합회 상임부회장과는 중앙대 선후배 사이다. 김 부회장이 국제노동기구(ILO) 한국사용자 대표와 노사정위원회 상무위원, 노동경제연구원 부원장 등을 역임하며 노동정책과 현안에 깊이 관여해 온 만큼 적잖은 친분을 과시한다. 박병원 경총 회장과도 박 회장이 과거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관료 시절 맺은 인연이 있다.
민간 출신의 이근면 인사혁신처장과도 친분을 맺고 있다는 점은 의외다. 하지만 이 처장이 30여 년간 삼성의 인사 파트에서 한 길을 걸어온 인사 전문가라는 이 처장의 경력을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이 처장이 삼성그룹에서 노사관계 업무를 담당하면서 이 장관과의 교류가 시작된 것으로 전해졌다.
박근혜 정부 장·차관 중에서는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최수현 전 금융감독원장, 추경호 국무조정실장과 동기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행시 22회)과는 행시 선후배 사이로 경제관료 생활을 비슷하게 출발했다. 원래도 친분이 있었지만, 이번 정부 들어서 노동개혁과 고용정책 등의 사안을 두고 자주 머리를 맞대고 자주 소통하며 가까운 인연이 됐다. 지난 6월 법무부 장관으로 발탁된 김현웅 전 서울고검장(전남 고흥)과는 같은 호남출신 인사다.
김희정 여성가족부 장관과는 청와대에서 함께 활동한 인연이 현재까지 이어져오고 있다. 이명박 정부 이 장관이 대통령실 고용노사비서관를 맡고 있을 당시 김 장관은 청와대 대변인이었다. 지금도 평소 여성고용정책 등 업무상으로도 많은 대화를 나누는 편이다.
이재갑 근로복지공단 이사장(행시 26회)과는 1기수 선후배 관계다. 참여정부 노동부 시절 고용정책관과 국제협력국장(이재갑)을 맡으며 함께 주 5일(40시간)근무제, 비정규직보호법 등 굵직한 노동정책을 실행에 옮겼다.
정치권에서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여당 간사인 권성동 의원과 친분이 깊다. 또 노동계에서 잔뼈가 굵은 새누리당 김성태 의원과는 김 의원이 한국노총에 몸담았던 시절부터 교류를 해 왔다. 이외에도 이 장관은 한국기술교육대학 총장을 역임하면서 지역대학 총장들과도 폭넓게 소통하며 교육계 인맥 네트워크까지 구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