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이어진 분양시장의 온기가 사상 최저 금리라는 호재에 힘입어 열기를 더해가고 있다. 이에 발맞춰 건설사들도 오는 10월에만 10만가구에 육박하는 대규모 물량을 쏟아낼 예정이다. 통계가 작성된 지난 2000년 이후 역대 최대 규모다. 특히 전국 분양 아파트 가운데 절반이 넘는 5만여 가구가 나오는 경기도에서는 대형사, 중견사 모두 공급에 나서며 그 성패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21일 닥터아파트에 따르면 10월에 전국에서 분양 예정인 아파트는 총 115곳, 9만5950가구(주상복합 포함, 임대 제외)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별로 보면 수도권은 72곳 6만23가구다. 서울에서는 지지부진했던 재건축·재개발 단지가 13곳이나 잇따라 분양에 나서 5402가구가 쏟아진다. 인천 경기는 김포 한강신도시, 화성 동탄2신도시, 파주 운정신도시, 남양주 다산신도시, 송도국제도시 등 공공택지에서 분양물량이 쏟아진다.
또한 지방은 43곳 3만5927가구다. 지방은 충주기업도시, 원주기업도시, 내포신도시, 광주전남혁신도시, 전주 에코시티 등 대규모 공공택지가 공급을 주도한다.
10월 분양 물량으로는 종전 최대인 지난해(88곳, 4만5609가구)에 비해 무려 110.3% 늘어났다. 지난해는 지방, 올해는 수도권의 분양 물량이 더 많다. 특히 경기는 전년 동기(1만2264가구) 대비 4배 이상 늘어난 4만9923가구에 달했다.
이처럼 분양 물량이 쏟아지는 것은 부동산시장이 어느 정도 달아올랐기 때문이다. 이에 건설사들은 그동안 분양을 미뤘던 아파트뿐 아니라 내년에 내놓으려던 물량까지 최대한 앞당겨 분양에 나섰다.
매매가에 육박하는 전세난도 분양 열기에 한몫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공급이 뜸했던 서울은 물론 수도권에 분양이 몰리는 만큼 전세난 해소에 도움이 된다는 기대와 함께 공급 과잉으로 2009년과 같은 대규모 미분양 사태가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가 공존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KB국민은행이 집계한 수도권 아파트 전세가율은 72%, 서울은 70.9%로 1998년 조사 이래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일부 수도권 지역의 경우 전세가가 매매가를 넘어선 곳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실제로 국토부 통계를 보면 전세가율(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 90% 이상 단지 가운데 전세가격이 매매가격보다 비싼 주택형도 29곳(18.7%)에 달했다.
이런 상황에 서울 아파트 전세금 평균이 3.3㎡당 1100만원을 넘어서면서 이를 견디지 못한 세입자들이 서울 인근 수도권으로 집을 사서 이사하는 현상이 일어나며 분양시장의 호조세를 떠받치고 있다.
이는 지방 대도시들도 마찬가지다. 지역 대도시들도 전세가율이 80%에 육박하는 지역이 증가하며 분양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수요자들이 늘고 있다. 분양시장의 호조세가 이어지는 이유다.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 역시 적지 않다. 분양 물량이 한꺼번에 쏟아져 공급 과잉 현상을 빚을 소지가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동탄신도시를 포함한 화성시에서는 올해 상반기에만 8084가구가 공급돼 미분양이 늘어나고 있다.
이에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미국 기준금리 인상 여부에 따라 경기 전반이 요동칠 것이 뻔한 상황에서 내년에도 지금과 같은 분양 호황이 이어질지 낙관하기 어렵다”면서 “지역과 경제적 특성을 고려한 옥석 가르기가 중요한 시점”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