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문화경제는 그러나 최근 들어 여러 측면에서 위기감이 감지되고 있다. 방송과 음악산업의 성장은 지속되는 반면, 영화산업은 해외 수출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또 지난 10여년 동안 문화콘텐츠 산업의 수출을 이끌어 왔던 온라인 게임의 비중이 스마트폰 시대를 맞아 크게 축소되고 있다. 무엇보다 중국 문화산업의 급속한 성장과 이에 따른 과다경쟁으로 인해 한국의 문화경제가 앞으로 커다란 난관에 부딪힐 수도 있다. 실제로, 국제 문화콘텐츠산업 분야에서 중국은 물론 브라질, 인도, 러시아 등 브릭스 국가들과 터키·인도네시아 등 신흥국가들도 앞으로 5년간 연평균 20%가 넘는 성장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국은 이에 비해 한 자릿수 성장만 예고되고 있어 앞으로 몇 년 후면 국제 문화시장에서 이들 국가의 문화상품과 경쟁해야 한다.
따라서 한국은 현재의 문화경제를 지속적으로 성장시키기 위해 보다 다각적이고 실제적인 전략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한류로 대표되는 문화경제의 발전을 위해서는 정부의 지원 확대가 절실하다. 최근의 한국 정부는 2008년까지의 진보 정부와 차별성을 도모하기 위해 문화 다양성을 강조하기보다는 문화콘텐츠 산업의 성장을 통한 경제발전에 주력해 왔다. 그러나 정부 내 한류 지원부서가 무려 20여개 가까이나 되는 현실에서 나타나듯, 체계적이고 미래 지향적인 지원보다는 해당 부서의 업적을 과시하기 위한 도구로 전락한 느낌을 주고 있다. 문화콘텐츠산업에 대한 지원은 문화관광부 등에서 종합적으로 추진하되, 규제와 관리보다는 탈규제와 생산, 유통 등에 필요한 자금 지원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움직여야 한다.
이와 함께, 문화산업 기업은 문화를 지나치게 상품화하기보다는 문화 자체가 가지고 있는 예술로서의 가치와 문화의 사회적 역량을 담보하는 문화 아우라를 강조해야 한다. 문화를 지나치게 상품화하면 당장은 수출액을 늘릴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예술성과 창의성이 결여되어 대중문화가 발붙일 곳을 잃어버리기 때문이다. 한국 문화기업들은 특히, 한국보다 앞서 1990년대에 아시아 문화시장에 진입했던 일본이 21세기 들어 큰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지나치게 상품화를 강조한 일본의 대중문화가 결국은 시간이 지나면서 아시아인의 뇌리에서 멀어져 갔기 때문이다.
한국의 문화경제는 이제 양적 성장만을 강조할 시점이 지났다. 한국의 문화콘텐츠가 팬덤을 넘어 세계적인 대중문화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문화산업 기업, 그리고 제작자, 감독, PD 등 문화산업 행위자들 모두가 장기적인 안목에서 한국 고유의 정서와 문화적 특징을 담아내는 노력을 경주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