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사무총장 선출 방식이 유엔 출범 70년 만에 바뀐다. 사무총장 후보자 선정 과정에 투명성을 높이는 한편 여성 사무총장 탄생 가능성도 높아졌다.
11일(현지시간) 열린 유엔 사무총회에서는 차기 사무총장 후보자 선정 과정을 투명화하는 방안을 골자로 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지금까지는 안전보장이사회의 5개 상임이사국(미국·러시아·영국·프랑스·중국)이 막후에서 신임 사무총장을 낙점한 뒤 총회에 통보했다. 반기문 사무총장도 이 같은 방식으로 선출됐다.
이에 대해 AFP통신 등은 "밀실에서 결정한 걸 총회 받아 들일 뿐"이라는 불만이 회원국 사이에서 강해지면서 미국 중국 러시아 등 5개 상임이사국의 막강한 영향력에 제동을 걸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했다.
새 결의안에 따르면 안보리와 총회는 193개 회원국에 후임 총장 선출 절차의 시작을 알리고 선출 절차를 안내하는 내용의 공동서한을 발송하고, 회원국들로부터 후보를 추천받아야 한다.
회원국들이 추천한 후보자들의 이름은 상세한 이력서와 함께 총회에 회람된다. 이후 각 후보자들은 총회에서 자신의 이력과 앞으로 유엔을 이끌어갈 비전을 밝히는 프리젠테이션을 해야 한다. 이 프리젠테이션은 비공개로 진행된다.
새로운 총장 선출 절차는 내년 말 임기가 끝나는 반기문 총장 후임 선출 때부터 적용된다.
한편 내년 임기를 마치는 반기문 총장의 후임에 여성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총회에서는 차기 사무총장에 여성을 옹립하도록 회원국에 요구하는 결의안도 표결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12일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8명의 역대 사무총장은 모든 남성이었다. 또한 유엔 헌장에 사무총장은 '그(He)'라고 표기돼 사실상 남성이어야 하는 것으로 간주돼왔다. 그러나 최근 여성 사무총장 탄생을 실현시키려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2017년 1월 취임 예정인 차기 사무총장은 지금까지 사무총장이 나오지 않은 동유럽에서 선출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동유럽권에서 거론되고 있는 여성 인사로는 불가리아 출신인 유엔 교육 과학 문화기구(유네스코)의 이리나 보코바 사무총장과 크로아티아 베스나 푸시치 제1 부총리 겸 외무ㆍ유럽문제장관 등이다. 이외에 뉴질랜드 전 총리로 유엔개발계획(UNDP)의 헬렌 클라크 총재도 유력한 후보로 물망에 올랐다.
남성 중에선 슬로바키아의 미로슬라프 라이차크 외무장관이나 슬로베니아 다니로 튀르크 전 대통령의 이름도 거론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