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아하다. 5개 기관에서 나눠서 관리하던 신용정보를 한 곳으로 통합하면 내부 통제가 더 쉬울까. 정보가 집적될수록 효율적인 관리는 가능해질 수 있지만, 정보 유출 시 피해 규모가 더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앞선 카드사 정보유출 사태에서 엿볼 수 있다. 마케팅 활용을 위해 금융지주회사 계열사 간 개인정보를 공유하면서 피해 규모는 더욱 커졌다.
이에 대해 연합회와 금융노조, 참여연대, 민변 등은 빅브라더 현상, 즉 정부 권력자가 수천만 건의 민간 신용정보를 집중 통제하는 데 큰 우려를 표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해당 데이터를 통계나 학술용으로만 활용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뒷맛이 개운치 않다. 비식별화된 정보는 유권해석에 따라 개인 동의 없이 얼마든지 사용 가능하기 때문이다.
진짜 문제는 과정이다. 금융당국은 신용정보 집중체계를 개편하면서 충분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지 않았다.
신설되는 기관 전체 인력 115명 중 80명은 연합회 직원으로 구성된다. 하지만 금융위는 연합회와 합의 없이 설립을 강행하고 있다. 연합회 직원들은 지난달 21일부터 금융위 앞에서 1인 릴레이 시위와 천막농성을 하고 있다.
이 같은 대립각은 어디선가 본 듯하다. 올 초 금융보안원이 출범할 때도 금융위는 비슷한 진통을 겪은 바 있다. 당시 금융보안연구원, 금융결제원, 코스콤 등 당사자와 합의 없이 조직 출범을 강행한 금융위는 기구 신설 발표 후 1년 2개월이 지나서야 실제 설립을 이룰 수 있었다.
민간의 개인정보 관리는 국민의 프라이버시와 직결된 주요 사안이다. 불필요한 오해를 불식하려면 금융위는 금융보안원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연합회를 비롯한 민간기구의 여론을 충분히 수렴해 사회적 합의 과정을 거치는 여유를 발휘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