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통일에 대한 실현 가능성과 국가적 관심은 갈수록 커지는데 통일에 소요되는 자금의 조성에 대한 노력은 아직도 크게 미흡한 상황이다. 더욱이 대다수 국민들은 통일과 통일재원 마련에 대한 인식은 긍정적이지만, 통일세 부과 등 직접적인 부담에 대해서는 다소 부정적인, 이중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지금까지 조성·운용되고 있는 통일재원은 정부기금인 ‘남북협력기금’에 불과하며, 민간 부문을 통한 재원 조성은 전무한 상황이다.
만약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통일의 시기를 더디게 할 뿐만 아니라, 통일이 실현되더라도 커다란 혼란에 빠질 우려가 크다. 또한 향후 북한 개발사업의 주도권을 2015년 6월 공식적으로 출범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빼앗길 가능성도 없지 않다. 따라서 우리는 지금부터라도 통일비용의 재원 확보를 위한 효율적인 방법을 적극적으로 모색해 나가야만 한다.
이를 위해 첫째, 우선 무엇보다도 통일이 급진전될 경우에도 즉시 활용될 수 있도록 사전에 자금을 여유 있게 준비해 둘 필요가 있다. 독일의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 통일에는 엄청난 규모의 자금이 소요된다. 다수 연구기관에 따르면 우리의 통일에 들어갈 비용은 최소 500억 달러에서 많게는 1조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둘째, 기존의 정부 주도의 통일재원 조성 방식에서 벗어나 민간기업과 개인, 그리고 해외투자자 등으로 참여 대상을 확대함으로써, 통일에 대한 국내외적 관심과 인식을 높여 나가야 한다. 특히, 기업은 통일의 가장 큰 수혜자가 될 것인 바, 통일비용 조성에 적극 참여시킬 필요가 있다. 이와 함께 재원 마련에 해외투자자를 참여시킬 경우, 한반도 통일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을 적극적으로 유도할 수가 있고 아울러 재원 운용의 투명성 제고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국민의 직접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세금에 의한 재원조성 방식이 아닌 채권 발행, 펀드 조성, 복권 발행 등의 방식을 다양하게 활용할 필요가 있다. 특히, 기업을 대상으로 조성하는 적립식펀드는 핵심적인 과제이다.
물론 펀드의 조성에는 투자 대상이 불확실하고 기업의 자금이 묶일 수 있다는 등의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그러나 기업이 투자한 자금의 원금을 보장하고 환금성과 대북투자 관련 정부공사 입찰 참여 시 특별가산점 부여 등의 인센티브까지 주어진다면 관심을 가질 기업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이 최근 기업들이 보유하고 있는 여유 단기부동 자금을 감안할 때 더욱 그러하다.
기업의 이런 통일펀드 조성이 현실화될 경우 그동안 사행성이 짙다는 논란과 주로 서민을 대상으로 정부 재원을 충당한다는 비난 때문에 수차례 불발되었던 통일복권의 발행도 가능해질 것이다. 한편 해외투자자를 대상으로 발행하게 될 달러화 표시 채권의 경우 기존의 외화 외평채 발행 방식을 최대한 원용할 필요가 있다.
넷째, 이렇게 조성된 자금은 통일사업의 수행에 본격적으로 활용하기 전까지는 최대한 적립해 나가야 한다. 그리고 원칙적으로 기존의 ‘남북협력기금’과는 별도로 계리할 필요가 있다. 이는 회계의 투명성 제고와 지속적인 재원 규모의 증식을 위한 전제요건이 되기 때문이다.
다섯째, 이렇게 조성된 자금은 기본적으로 통일사업의 수행에 활용되어야 할 것이다. 다만, 통일 관련 사업이 본격화되기 전에는 조성된 자금의 대부분을 수익성 제고와 규모 증식을 위해 국채에 투자할 필요가 있다. 이는 펀드에 가입한 기업들에게 지급할 수익금의 재원 확보가 가능하게 되며, 아울러 재정의 건전성 제고에도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AIIB와의 연계를 통한 자금운용 방안에 대해서도 적극 검토해 나갈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