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순환출자 해소를 위한 첫 행보로 롯데제과 주식을 매입했다. 특히 롯데제과는 신 회장과 경영권 갈등을 보였던 오너일가 측의 지분이 유독 많은 계열사다. 신 회장이 롯데제과를 첫 번째로 선택한 이유가 무엇인지 그 내막이 눈길을 끈다.
신 회장은 지난 28일 장마감 후 롯데제과 주식 1만9000주(지분율 1.3%)를 롯데건설로부터 종가(188만2000원)에 매입했다. 신 회장의 롯데제과 지분율은 총 6.7%로 증가했다.
이로써 롯데그룹은 기존 순환출자 고리 416개 중 140개가 해소됐으며, 전체 순환출자 고리 중 약 34%가 정리됐다.
이는 신 회장이 지난 11일 순환출자 80% 해소하겠다고 선언한 이후 직접 실천에 나선 ‘첫 행보’이다. 그 중심에는 계열사 롯데제과를 선택했다.
롯데제과는 주요 주주로 신격호 총괄회장 6.84%, 신동주 전 부회장 3.93%, 신영자 이사장 2.94%, 신영자 이사장이 지배하는 롯데장학재단 8.69% 등을 구성하고 있다. 이번 롯데그룹의 오너일가 경영권분쟁으로 예상됐던 표대결이 치뤄졌다면 신 회장의 승리를 예상하기 어려운 상황인 것이다.
특히 롯데제과의 최대주주는 롯데알미늄이다. 롯데알미늄은 L제2투자회사가 34.92%를, 광윤사가 22.84%를 보유하며 주요 주주로 있어 사실상 일본 롯데의 영향력이 크다고 볼 수 있다. 이에 일본 롯데와 연결돼 있는 롯데알미늄의 지배하에 있는 롯데제과의 장악도 신 회장에게는 필수적인 셈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이번 롯데제과 주식 매입을 두고 신 회장이 순환출자를 해소하면서 향후 촉발될 수 있는 표대결을 염두한 움직임이라는 해석도 내놓고 있다.
앞서 롯데그룹이 경영권분쟁으로 내홍을 치를 당시 롯데쇼핑, 롯데제과, 롯데칠성, 롯데푸드 등 일부 계열사들의 경우 신동주 전 부회장과 신영자 이사장의 지분율을 합치면 신동빈 회장보다 많았다. 하지만 신 회장이 이번 롯데제과 주식을 추가로 매입하면서 두 사람보다 0.3%가량 많아졌다.
한편 롯데그룹의 순환출자고리는 276개가 남았다. 롯데그룹은 오는 11월말까지 순환출자의 80% 이상을 해소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