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다 걸리는 거 아냐?” “오래가려면 서로 수익 나눠야해”
감사 대상 회사 정보를 조직적으로 이용해 주식 매매 등에 이용한 회계사 9명이 금융당국에 적발됐다.
이들은 국내 최대 회계법인 소속 20대 후반, 30대 초반의 경력 3~4년차 회계사들로 카카오톡, 바이두, 텔레그램 등 메신저를 돌려 사용하며 정보를 공유한 것으로 드러났다.
26일 증권선물위원회는 ‘제15차 정례회의’를 열고 회계감사 업무 수행 과정에서 얻은 상장법인 영업실적정보를 장기간에 걸쳐 공유하며 주식 매매 등에 이용한 대형 회계법인 소속 회계사 9명을 검찰 고발 및 수사기관 통보 조치했다.
S회계법인 소속 회계사 A씨는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4월 중 자신이 회계 감사업무에 참여한 상장법인의 실적정보를 공시 전 주식과 파생상품 매매에 이용했다. 자신이 직접 감사에 참여하지 않은 상장법인 10개사의 정보는 같은 회계법인 소속 동료 6인에 요청하는 한편 동료 회계사 B씨와 공모해 서로 수집한 실적정보를 주고받아 이용했다. 다른 대형 회계법인 소속 회계사 C씨와도 메신저를 통해 실적정보를 공유했으며 주로 시장 예상실적과 감사결과 실제 실적의 괴리가 큰 기업을 거래 대상으로 했다.
이들은 메신저 상에서 부정행위에 대한 처벌을 두려워하면서도 “오래 가려면 서로 수익을 나눠야 한다”고 말하는 등 정보 공유자에게 수익을 분담하는 구체적·조직적 형태까지 공모한 것으로 나타났다.
약 1년간 9명의 회계사가 총 1억원 미만의 자금을 투입해 8억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거뒀으며 회계사 A씨가 5억원 상당으로 가장 많았다. 부당이득으로 외제차 등 사치품을 구입한 경우도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김홍식 금융위 자본시장조사단장은 “자본시장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는 전문가 집단이 조직적으로 이익을 도모했다는 점에서 중대한 사건”이라며 “2002년 명문화된 압수수색권을 최초로 활용한 사건으로 앞으로도 이러한 부분을 적극 활용해서 불공정거래 조사에 나서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