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제(Made in China)’ 세계 경기침체 우려 전망이 속속 제기되고 있다. 특히 한국은 중국 경제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큰 타격을 받는 국가중 하나가 되리라는 것이 대체적 시각이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중국경제 경착륙으로 인한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다른 신흥국에 비해 그 악영향이 제한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20일 세계금융시장에 따르면 두 자릿수의 경제성장률을 자랑하던 중국은 목표치인 7% 성장률 달성이 어렵게 됐다. 중국 경기 둔화에 대한 의심은 시간이 흐를수록 걱정으로 바뀌었고 최근에는 주가 폭락, 위안화 절하 등을 계기로 공포 수준으로 올라가고 있다.
이렇게 중국 경제가 흔들리면서 한국경제 대한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중국은 한국의 전체 수출에서 약 4분의 1을 차지하는 최대 수출국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중국 성장률이 1%포인트 하락하면 한국의 성장률이 최대 0.17%포인트 떨어진다고 예상했다. 영국 옥스퍼드대 산하 연구기관인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중국 경제가 급락하면 무역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10개국 가운데 특히 한국의 충격이 클 것”이라고 진단했다.
앞서 중국 인민은행이 지난 11일부터 사흘간 위안화를 총 4.62% 기습 절하하자 한국 주식시장과 환율시장이 심한 충격을 받은 것은 이를 잘 보여준다.
반면 한국은 높은 원자재 의존도로 중국의 경착륙 여파를 상쇄해 받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프랑스 중앙은행은 지난달 ‘중국경제의 경착륙 발생 시 세계경제의 영향’ 보고서를 통해 전세계 국내총생산(GDP)의 88%를 차지하는 36개 국가(선진국 20개, 신흥국 16개)를 대상으로 중국경제의 연착륙과 경착륙 시나리오를 모형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연착륙은 중국 성장률이 5년 동안 단계적으로 총 1%포인트(2014년 7.4%→2019년 6.4%) 하락하는 것으로 전제했다. 경착륙은 성장률이 2015년 1분기 이후 2년간 3%로 급감한 후 3%대를 유지하는 것으로 상정했다.
조사결과 중국경제 경착륙 발생 후 5년간의 누적 GDP 손실은 연착륙했을 때보다 한국은 총 3.1%포인트 떨어지는 것으로 추정됐다. 이는 아세안 국가(9.4%포인트↓) 및 라틴아메리카(7.5%포인트↓)와 비교해 그 영향이 상당히 제한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선진국(2.8%포인트↓)보단 컸지만 그 차이는 크지 않았다.
국가별로 보면 한국은 미국(1.3%포인트↓), 호주(1.4%포인트↓), 캐나다(1.3%포인트↓) 등보단 타격을 크게 받았지만 아르헨티나(14.5%포인트↓), 브라질(8.4%포인트↓), 사우디아라비아(10.0%포인트↓)는 물론 독일(5.7%포인트↓), 일본(6.6%포인트↓) 등보다는 적어 눈에 띈다.
한은 관계자는 “한국은 지리적으로 중국과 가깝고 대중국 수출 비중이 높은데도 중국 경착률 악영향이 상대적으로 낮게 추정됐다”며 “이는 한국이 원자재 수입의존도가 높아 원자재가격 하락이 경제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이 중국경제의 성장률 하락에 따른 부정적 영향을 일부 상쇄시켰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중국은 글로벌 무역뿐 아니라 원자재 시장에서도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중국이 국제원자재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1년 기준으로 세계 석유, 석탄, 철강 수요의 11%, 41%, 54%를 차지한다.
문제는 중국경제의 경착륙 여파 경로가 대(對)중국 수출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의 수출감소, 국제원자재가격 하락에 따른 자원수출국의 수출감소 및 재정악화 외에, 주변국의 성장세 감소라는 2차 영향도 고려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렇게 되면 중국발 세계경제 쇼크가 한국에 미치는 영향이 예상보다 더 커질 수 있다.
한은 관계자는 “중국경제 경착륙으로 인한 원자재가격 하락은 1차적으로 한국기업의 비용을 낮춰 이익을 늘릴 수 있는 측면에서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하지만 그 여파가 글로벌 경기 전반의 침체로까지 확대되면 매출 자체가 크게 축소돼 타격이 커질 수 있다”며 “더군다나 이미 원자재 가격이 크게 낮아진 상황에서 원자재가의 추가 하락이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정도는 상대적으로 미미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