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의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복귀 결정이 미뤄졌다. 한노총 지도부는 18일 노사정 대화 재개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중앙집행위원회(중집)를 열었지만 일부 산별노조의 극심한 반발로 결론을 내지 못했다. 사실상 노동계의 ‘노사정 복귀’ 시도가 무산된 것이다. 한노총은 오는 26일 중집을 다시 소집해 재논의하기로 했다.
한국노총은 이날 오전 11시 제57차 중앙집행위원회(중집)을 개최해 노사정 대화 재개 등을 논의할 예정이었다. 중집은 한노총 임원과 산별노조 위원장, 지역본부 의장 등이 모여 노총 내 주요 정책을 결정하는 기구다.
하지만 금속노련, 화학노련 등 한노총 산하 산별노조 조합원 수십명이 이날 오전 10시께 중집 개최가 예정된 서울 여의도 노총회관 6층 대회의실을 점거해 회의가 진행되지 못했다.
이들은 “지도부가 조합원의 의견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대화 복귀를 결정했다”며 “노사정 대화 결렬의 원인이었던 일반해고 지침, 취업규칙 변경 등 사안이 아직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노사정 대화에 복귀하면 안 된다”고 맞섰다.
일반해고 지침이 만들어지면 저성과자나 업무부적응자, 근무불량자를 해고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된다. 취업규칙 변경은 근로자에게 불리한 사규를 도입할 때 근로자 동의를 받도록 한 법규를 완화하는 것을 말한다.
정부와 여당은 일반해고 지침과 취업규칙 변경 등 두가지 쟁점을 노사정 의제에 포함하되 ‘대화와 합의로 추진한다’ 는 전제 하에 중장기 과제로 추진하겠다는 중재안을 내놓아 한노총의 복귀 명분을 만들어 주겠다는 뜻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한노총 지도부는 전날 정부의 중재안을 받아들여 지난 4월8일 노사정 대화 결렬 선언 후 4개월여 만에 노사정 대화를 재기하기로 잠정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산별노조 조합원들이 중집 회의장을 점거하며 반발함에 따라 노사정 대화 복귀 결정을 오는 26일 열리는 다음 중집으로 미뤘다.
김만재 한국노총 금속노련 위원장은 오후 3시 30분경 중집위원 회의를 마친 후 “중집 회의를 오늘 열되 22일로 예정된 전국노동자대회 내용만 안건으로 다루기로 했다”며 “오는 26일 열리는 중집에서 노사정위 복귀 문제를 정식 안건으로 올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국노총 내부 의견 갈등으로 복귀 결정 여부가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 옴에 따라 정부가 추진 중인 노동시장 개혁도 다시 안갯속으로 빠져 들게 됐다. 김동만 한국노총 위원장을 비롯한 지도부의 리더십 논란도 다시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