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중국이 사흘간 위안화 절하를 이어가면서 우리 금융시장이 요동쳤다. 하지만 정부의 늑장대응 탓에 미국의 금리인상을 앞두고 우리 경제의 취약성만 노출시킨 꼴이 됐다.
실제로 지난 11일 중국이 처음으로 위안화 평가절하를 단행하자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경제관계장관회의를 마친 다음날 오전에야 이에 대해 언급했다.
하지만 사실상 정부의 첫 공식입장이였던 최 부총리의 견해는 낙관론으로 흘러갔다.
최 부총리는 “중국의 위안화 평가절하는 중국의 수출 경쟁력 강화가 목적”이라며 우리 수출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최 부총리의 이 같은 낙관론과는 달리 중국은 이날 오전에도 위안화 절하를 기습단행했다. 중국의 위안화 절하 공세가 3일까지 이어지면서 결국 환율, 증시를 비롯한 금융시장은 큰 폭으로 요동쳤다.
실제로 한국 코스피는 ‘위안화 쇼크’이틀째에 2000선을 내주며 1900선대로 물러섰고 사흘간 원·달러 환율 변동폭은 16원대를 오르내리며 급등락세를 보였다.
금융시장이 흔들리는 가운데 정부의 뚜렷한 대책이 부재하면서 되려 그간 객관성을 유지하던 한국은행이 다급한 견해를 피력했다.
이와 관련 13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미국의 금리 인상과 중국의 경기 불안이 중첩되면 신흥국을 중심으로 금융 불안이 확대할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또 한은은 이날 통화금융대책반 회의를 소집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부가 중국의 위안화 절하를 공식적인 위험으로 인식한 것은 지난 16일. 앞서 낙관론을 피력했던 최 부총리는 이날 당·정·청 정책조정협의회를 통해 “중국 위안화 절하에 따른 금융 불안, 그리스 사태와 연내 미국 금리 인상 가능성 등 대외 위험이 많다”며 “정부는 하반기 경제가 맞닥뜨릴 위험을 사전에 차단하고 선제 대응하는 노력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12일 최 부총리의 발언은 중국의 위안화 절하가 단발성에 그칠 것이라는 판단에 기초했을 공산이 크다”며 특히 대외 의존성이 높은 중국 경제정책에 대한 정부의 전망과 대응 기능에 심각한 공백을 노출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이같은 정부의 대응 속에서 한국 경제의 ‘위안화 쇼크’는 아시아 국가 중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 위안화 절하가 3일째 이어진 지난 13일 한국의 5년 만기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에 붙는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전날 기준)은 57.56bp(1bp=0.01%포인트)로 나타났다.
부도 위험 지표인 한국의 CDS 프리미엄은 지난달 8일(58.89bp) 이후 한 달여 만에 가장 높이 올랐다. 특히 한국의 CDS 프리미엄은 중국 인민은행이 위안화 전격 인하를 발표하기 직전인 지난 10일보다 4.08% 올랐다.
아시아 주요 16개국 가운데 같은 기간 한국보다 CDS 프리미엄 증가율이 높은 곳은 태국(7.71%)과 말레이시아(3.73%) 뿐이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로 글로벌 변동에 따른 우리 금융시장의 취약성이 또다시 노출됐다며 하반기 미 연방준비제도의 기준금리 인상을 앞두고 해외자금의 빠른 이탈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