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가 장남-삼남, 50년 애증의 역사… 끝내 ‘화해’는 없었다

입력 2015-08-14 15:00 수정 2015-08-15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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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암 눈 밖에 난 이맹희 은둔의 생활… 상속소송 제기했다가 상고 포기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왼쪽)과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뉴시스)

고(故)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장남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이 14일 별세하면서 파란만장했던 그의 삶이 재조명을 받고 있다. 특히 동생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과의 '애증의 관계'는 50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이병철 회장은 이맹희ㆍ이창희(1991년 사망)ㆍ이건희(73) 등 아들 셋과 이인희(87)ㆍ이숙희ㆍ이순희ㆍ이명희(72) 등 딸 넷을 뒀다. 이맹희 전 회장은 이병철 삼성 창업주의 3남 5녀 가운데 장남이었지만 후계 구도 싸움에서 밀리며 동생 이건희 회장에게 삼성그룹 경영권을 넘기고 제일제당을 물려받아 독립했다. CJ로 이름을 바꾼 제일제당은 현재 이맹희 전 회장의 장남인 이재현(55) 회장이 이끌고 있다.

재계와 삼성가에 따르면 애초 맹희씨는 이병철 창업주로부터 삼성의 경영권을 물려받게 돼 있었다. 실제로 맹희씨는 삼성의 총수 역할을 했다.

호암 이병철은 애초 삼남인 이건희 회장에게는 중앙매스컴을 맡길 작정이었고 그룹의 경영권은 장남 맹희씨에게 물려주기로 마음먹고 있었다. 이건희 회장은 와세대대학 재학 시절부터 매스컴 경영을 권유받았고 1966년 첫 직장으로 동양방송을 택했다.

반면 이 전 회장은 1968년 삼성의 모태기업인 제일제당 대표이사, 삼성물산과 삼성전자의 부사장, 삼성문화재단 이사 등 그룹의 주요 직위에 오른다.

이유는 이른바 '한비 사건(한국비료 사카린 밀수 사건)' 때문이었다.

1966년 부산세관에 밀수품으로 58톤의 OSTA(사카린 원료)가 적발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삼성의 계열사인 한국비료가 사건의 당사자였다. 삼성이 당시로선 거액인 2400만원의 벌금을 냈지만 언론에서 재벌의 사카린 밀수와 도덕성 문제를 크게 보도하자 호암은 이 사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재계에서 은퇴한다는 발표를 했다.

이 사건으로 호암이 2선으로 물러난 뒤 맹희씨는 삼성의 총수 대행으로 나섰다. 10여개 부사장 타이틀을 달고 활동하던 시절이다.

그러나 삼성의 대권을 받은 맹희씨의 경영 행보는 그다지 오래가지 못했다. 이병철 창업주는 호암자전에서 맹희씨가 6개월간 그룹 경영을 맡았다가 혼란에 빠지자 자진해서 물러났다고 기술했다.

반대로 맹희씨는 자서전 '묻어둔 이야기'에서 자신이 7년간 삼성을 경영했다고 달리 썼다.

맹희씨가 결정적으로 삼성가와 틀어지게 된 연유도 결국 한비 사건에 있었다. 한비 사건으로 차남 창희씨는 검찰 조사를 받고 구속됐고 맹희씨는 수사망을 벗어나기는 했지만 2년 후 청와대 투서 사건이 불거지면서 투서의 주범으로 몰려 호암의 눈 밖에 났다.

호암은 맹희씨가 한비 사건과 관련해 청와대에 투서를 했다고 믿었고 그 이후 맹희씨는 호암과의 소원한 관계를 회복하지 못한 채 십여 년간 야인생활을 해야 했다.

1987년 호암이 별세한 직후 삼성은 급속도로 승계가 이뤄졌고 맹희씨 쪽은 안국화재보험 지분을 받았다. 이건희 회장에게는 반도체, 전자, 제당, 물산 등의 삼성그룹 주요 지분이 승계됐다.

이후 맹희씨와 이건희 회장의 분쟁이 법정에서 재발한 시점은 2013년이다.

이맹희 전 부회장은 아버지 이병철 회장이 생전에 제3자 명의로 신탁한 재산을 이건희 회장이 몰래 단독 명의로 변경했다며 7000억원대의 소송을 제기해했다.

이후 양측의 소송은 삼성그룹과 CJ그룹의 갈등으로 확전하는 모양새를 보이며 사회적인 관심사로 떠올랐고, 이맹희 전 회장은 이후 이병철 회장 선영 출입문 사용 문제 등을 놓고도 삼성가와 갈등을 빚어 왔다.

하지만 1ㆍ2심에서 모두 패한 이맹희 전 회장이 2014년 2월 상고를 포기했다. 소송 도중 형제간 화해의 가능성이 엿보이기도 했지만 맹희씨는 결국 동생과의 화해 방법을 찾지 못했다.

다만, 그해 8월 이건희 회장의 부인 홍라희 리움미술관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이 이재현 CJ그룹 회장에 대한 선처를 부탁하는 탄원서를 재판부에 내자 양측이 '해빙무드'로 돌아섰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이맹희 전 회장의 아들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수천억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해 운용하면서 2078억원의 횡령ㆍ배임ㆍ탈세 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2013년 7월 구속 기소된 뒤 신장 이식 수술과 건강상의 이유로 구속 집행정지 결정을 받아 입원 치료를 받고 있다.

이 회장은 만성신부전증, 고혈압, 고지혈증과 함께 손과 발의 근육이 위축되는 유전병인 '샤르코-마리-투스'를 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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