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달러화에 대한 한국 원화 가치의 하락세가 다른 주요 아시아국 통화에 비해 크게 가파른 모습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스 위기에 이어 중국의 기습적인 위안화 절하 등 대외 변수의 위력이 강해지면서 외국인의 투자자금 이탈이 원화 가치 하락을 더욱 부추긴 것이다.
14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ECOS)의 미국 달러화 대비 주요국 통화 환율 변화 추이 자료에 따르면 지난 7월 초 이후 이달 13일 사이에 달러화 대비 원화 값은 6.8%나 떨어졌다.
태국 바트(4.3%), 호주 달러(4.1%), 싱가포르달러(3.9%), 인도네시아 루피아(3.4%), 중국 위안(3.0%), 뉴질랜드 달러(2.5%), 인도 루피(1.8%) 등 다른 아시아권 신흥국 통화보다 더 큰 하락세다.
중국의 위안화 절하 발표 직후인 지난 12∼13일 환율(오전 8시 10분 기준)도 미국 달러 대비 원화의 가치 하락률(2.4%)이 말레이시아 루피아화(2.6%)와 중국 위안화(2.9%)를 제외하면 가장 컸다.
중국 인민은행이 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을 처음 변경 고시한 직후인 11일 오전 10시 15분부터 12분간 원ㆍ달러 환율은 무려 13원이나 수직 상승하는 급격한 변동성을 나타냈다. 다음날인 12일에도 위안화 환율을 변경 고시한 오전 10시 15분부터 10분간 원/달러 환율은 12원 급등했다.
이처럼 원ㆍ달러 환율이 지난달 이후 급등한 것은 그리스의 채무불이행(디폴트) 우려가 커지면서 위험자산 기피 심리로 원화가 약세를 보인데 이어 그리스 사태가 일단락된 후에는 미국의 금리인상 이슈가 재부각되면서 달러화 강세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특히 위안화 절하 이후에는 이를 중국의 무역수지 개선 의도로 풀이한 시장 참가자들이 글로벌 경기 둔화 전망에 따른 위험회피 심리를 키우면서 달러화 수요를 급격히 확대한 영향이 컸다.
아시아 외환시장에서 달러화 강세 기조가 형성되면서 원화를 비롯한 아시아 통화가 눈에 띄는 약세를 보였다. 한국 주식시장에 투자한 외국인들이 중국경제 둔화와 원화 추가 약세에 따른 환차손을 우려해 자금을 빼가면서 원화 가치 하락이 가속화됐다.
손정선 외환은행 연구원은 “원ㆍ달러 환율의 추가 상승 가능성이 외국인 투자자의 환차손을 더욱 확대할 수 있다는 우려가 국내 증시에서 자금 유출 요인이 된 점은 향후 원화 가치 하락을 가속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