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야당과 양대 노총이 반발하고 나섰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노동계의 동의없는 노동개혁에 제동을 거는 한편, 재벌개혁을 부각시키면서 법인세 정상화와 경제민주화 공약의 입법화를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양대 노총인 한국노총과 민주노총도 정부와 여당 등의 복귀압박에 대해 ‘노동개악’이라고 비판하며 맞서고 있다.
◇여야, 노사정 등 참여자 제각각 딴생각… ‘대타협’ 안개속
=청와대가 의제를 꺼내고 새누리당에서 건네받으면서 공은 정치권으로 넘어온 모양새다. 노동개혁에는 무엇보다 당사자인 노동계와 경영계의 동의, 즉 대타협이 필요하다. 때문에 노동개혁을 연내 처리를 목표로 정한 새누리당에서는 대타협을 이끌어내기 위한 ‘노사정위원회’의 즉각 가동을 주장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노사정위를 즉각 가동해 경직된 노동 시장의 개혁을 연내에 마무리 지을 방침이다. 특히 총대를 멘 이인제 위원장은 비정규직 현장간담회를 비롯해 김동만 한국노총 위원장과의 회동을 추진하는 등 연일 설득을 위한 숨 가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그는 10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번 주 한국노총이 내부논의를 거쳐 노사정위에 복귀하는 결단을 내려주길 기대한다. 민주노총도 과거 입장을 바꿔 노사정위에 참여해 대타협을 통한 노동시장 개혁에 나서줄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청와대와 당에서도 화력을 보태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10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이 (노사정위원회에) 조속히 복귀해 노사정 대화의 물꼬를 터야 한다”며 조속한 복귀를 촉구했다. 정부는 지난 협상이 결렬된 것에 대한 책임을 지고 노사정위원회에서 사퇴한 김대환 노사위원장을 복귀시켜 함께 설득에 나섰다.
하지만 상황은 생각만큼 녹록치 않다. 특위까지 만들며 기세를 올리고 있지만 노동계의 조속한 노사정위 참여를 설득하는 것 이외에 딱히 할 수 있는 일이 없기 때문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이해 당사자가 모두 참여하는 대타협 기구를 구성해 재벌 개혁까지 의제에 포함하자며 맞서고 있다.
노동계 역시 노동시장 유연화에 반대입장을 표명하며 장외투쟁을 펼쳤다. 특히 한국노총은 오는 22일 전국노동자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하지만 정부와 여당이 청년실업 문제 등을 내세워 국민여론에 호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노사정위 참여 호소를 모른척할 수만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최대쟁점은… ‘임금피크제’ ‘근로계약 해지 기준’
결국 이번 노동개혁의 전제는 노동계의 참여를 통한 노사정 대타협을 이뤄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둘러싸고 정부·사측와 노동계 간에는 ‘임금피크제’와 ‘해고요건 완화’가 최대 쟁점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일정 연령이 된 노동자의 임금을 삭감하는 대신 정년까지 고용을 보장하는 임금피크제는 현재에도 운영되고 있는 제도이다. 다만 임금피크제를 시행하기 위해서는 취업규칙을 변경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 법상 노동자 과반수의 동의가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사측 입장에서는 임금피크제 도입을 위해 노조와 장시간 협상이 필요하거 도입 속도는 더딜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내년부터 정년 60세 의무화가 시행됨에 따라 임금피크제에 대한 기업의 요구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정부는 정년연장에 대비해 청년들의 채용을 명목으로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아울러 해고요건 완화 논의도 이와 비슷한 논리로서 경직된 노동시장 구조를 개선해 청년실업 문제를 해결해야한다는 주장이 정부로부터 제기되고 있다. 특히 대법원 판례를 토대로 저성과자 등을 대상으로 해고요건을 완화하는 문제를 노사정위에서 논의할 계획이다. 이 밖에 주당 근로시간을 단계적으로 줄이는 ‘근로시간 단축’과 큰 화두로 자리잡은 ‘비정규직 보호’, ‘통상임금’ 문제 등도 논의될 쟁점들이다.
하지만 노동계는 이들 두 가지 쟁점에 대해 ‘노동개악’이라고 지적하며 대화의 장으로 나오길 거부하고 있다. 대신 노사정위 참여자들은 물밑 협상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6일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가 있던 날 노사정 대표들은 여의도 한 식당에서 비공개 회동을 가졌다. 이 자리에는 김동만 한국노총 위원장, 박병원 한국경총 회장,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이 참여해 노사정위 대화 재개 여부를 놓고 공감대를 이룬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0일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기준 완화와 일반해고 지침 마련 등 두 가지 쟁점을 노사정위에서 논의할 때 후순위로 미룬다는 방침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장관은 “노동계는 조건을 내걸지 말고 노사정 협상에 들어와야 한다”고 밝혀다. 이에 한노총은 정부가 일방적인 노동시장 개혁을 강행한다며 반발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한노총이 노사정위 참여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으며, 오는 22일 ‘노동시장 구조개악 저지를 위한 전국노동자대회’ 개최 직후 참여하는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