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간의 진흙탕 싸움으로 롯데그룹에 대한 전 국민적 비난 여론과 정부기관들의 압박이 거세지면서 형제간 전격 회동 가능성이 다시 제기되고 있다. 살벌한 여론전을 끝낸 만큼 서로가 준비한 카드를 하나씩 공개하며 협상 테이블에 앉아 구획 정리에 나설 수도 있다는 것이다.
5일 재계에 따르면 신동빈 회장이 한국과 일본을 모두 독식하기보다는 여러 방식의 계열분리 논의가 진행될 것이라는 데 무게가 실리고 있다. 롯데그룹 고위 관계자도 “장남이 한국에 잔류하면서 어떤 형태든 형제가 만나 대화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롯데 사태의 해결 방안은 여전히 계열분리가 가장 유력하게 떠오른다. 신 회장이 한일 전문경영인을 앞세워 “한일 롯데의 분리는 없다”고 못을 박았지만, ‘독식’으로 인한 리스크가 크기 때문이다. 법정 소송에 들어갈 경우 형제 모두에게 상처만 안겨 줄 것으로 예상되고, 신격호 총괄회장을 앞세운 신 전 부회장의 반격도 파괴력이 만만치 않다는 점이 형제간 타협 가능성을 높인 요인이다.
주도권을 쥐고 있는 신 회장이 내밀 카드 중 하나는 기존대로 한국과 일본의 분리 경영이다. 대신 한국 롯데를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일본 롯데홀딩스와 광윤사를 신 회장이 갖고, 일본 내 사업부분만 형에게 넘기는 방안이다. 워낙 복잡하게 얽혀 있어 지분 교환과 이에 따른 비용이 만만치 않지만 실현 가능성이 아예 없지는 않다. 재계 관계자는 “십 수년간 계속돼 온 분리 경영구도가 명분과 실리 측면에서 가장 현실성이 있어 보인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이 카드는 신 전 부회장이 거부할 가능성이 크다. 대신 재계에서는 신 전 부회장이 한국과 일본의 사업 영역이 비슷한 롯데제과와 롯데칠성음료, 롯데호텔 등의 음식료·호텔 계열의 사업권을 요구할 수 있다고 관측한다. 한국 롯데의 지배구조 정점의 회사를 양보하는 대신 일본 계열사와 연관성이 높고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부분이다. 나머지 유통과 금융, 화학 등은 신 회장이 차지한다. 재계에서는 이 부분을 신 회장이 수용할지 모르겠지만 가능성만큼은 가장 높게 보고 있다. 현대와 금호, 두산 등이 해결한 방식이다.
물론 신 회장이 모든 리스크를 감수하고 한·일 전체를 챙기는 시나리오도 있다.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로 선임돼 있고 한일 전문경영인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만큼 완승 가능성이 없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베일에 싸인 일본 핵심 지주사들의 지분 구조가 명확하지 않은 게 문제다. 재계에서는 “신 총괄회장이 숨겨놓은 지분이 있을 경우 그의 의중에 따라 경영권 향배가 달라질 수 있어 위험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