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들이 생체인증을 도입할 준비에 나섰다. 생체인증은 사람 신체 일부의 정보를 암호화해 저장하고 이를 개인인증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을 말한다. 은행에 생체인증이 도입되면 암호를 기억하거나 입력하는 번거로움이 사라지고, 대포통장 및 카드복제 피해 등을 원천 차단할 길이 열린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최근 생체인식 기술이 장착된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시제품 선정 작업에 착수했다. 지문인식, 홍채인증, 정맥인증 등 다양한 제품 검토를 통해 최적의 생체인증 기술을 선택하겠다는 입장이다. 국민은행이 생체인증 관련 제품을 검토하자 신한·우리·하나·기업은행 등 다른 은행들도 생체인증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생체인증 방식의 보안성 등 전반적인 기술을 열람하고 조사하는 등 모든 생체인증 수단을 검토하는 단계”라면서도 “앞으로 도입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는 상용화가 가장 오래된 지문인증에 대한 관심이 높다.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이 지문인증 방식을 검토 중이다. 지문인증은 널리 알려진 기술이라는 점에서 사용자들이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는 장점이 있다. 반면 신체를 접촉하는 방식이라 위생관리가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신한은행은 최근 국내에서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정맥인식 기술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 상용화된 정맥인식 기술은 손가락 또는 손바닥의 정맥을 인식하는 두 가지 방식이다. 신한은행은 일본 후지쯔사의 손바닥 정맥인식 기술 채택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은행은 홍채를 이용한 생체인증을 추진해 다른 은행과 차별화한다는 전략을 세우고, 대여 금고의 보안장치에 우선적으로 적용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최근 기업은행은 홍채인식 기술 기업인 이리언스와 홍채를 이용한 비대면 본인인증 서비스를 도입하기로 하고 개발 작업을 진행 중이다.
농협은행은 생체인증 도입에 신중한 입장이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생체인증에 대한 보안성 등이 검증되면 도입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금융결제원과 은행 공동 특별연구팀(TF)을 통해 인식률과 보안성 등에 대한 검토가 이뤄지고 있는데, 공인인증서와 OTP카드(일회성 비밀번호 생성기)와 같이 개인 인증 수단으로 적절하다고 판단되면 실제 도입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특히 시중은행에 비해 지점 수가 적은 지방 은행들이 생체인증을 활용한 비대면 채널 확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