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감독과 최고의 연기자가 찬사를 보낸다. 배우 오달수(47)다. 오달수 하면 조건반사적으로 따라붙는 두 개의 수식어가 있다. 바로 ‘명품 조연’과 ‘1억 배우’다. 대중매체나 관객, 전문가들에 의해 명명된 ‘조연’ 과 ‘1억 배우’라는 찬사의 수식어는 반만 맞는 표현이다.
‘한 작품에서 주역을 도와 극을 전개해 나가는 역할을 함. 또는 그 역할을 맡은 사람’ 조연의 사전적 의미다. 수많은 영화에서 조연으로 출연한 오달수는 ‘조연’으로 유형화하기에는 그의 역할과 활약이 광대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2002년 ‘해적, 디스코왕 되다’로 영화계에 진출한 뒤 배우로서 출연한 영화 관객이 1000만 관객 동원에 성공한 ‘국제시장’까지 관객 동원 1억 명을 돌파했으니 ‘1억 배우’라는 정량적인 부분은 ‘1억 배우’라는 수식어가 담지 못한 것이 있다. 목소리만으로 “괴물의 미세한 호흡이나 내면까지 섬세하게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은 영화‘괴물’ 목소리 연기에서부터 ‘해적, 디스코왕 되다’의 뻘줌남 ‘올드보이’철웅, 금이빨, 장씨, 용대, 신사장, 명구, 황가, 영두, 공장사장, 최상철, 개장수, 달수, 육선생, 앤드류, 소양호, 박동호, 천달구, ‘암살’의 영감, ‘베테랑’의 오팀장에 이르기까지 40여편의 출연 영화의 성격이 다른 수많은 캐릭터를 소화하며 대체불가의 연기영역을 구축한 그리고 그 누구와도 호흡을 잘 맞춰 영화의 완성도를 높이는 질적인 부분은 담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명품 조연’‘1억배우’라는 극찬의 수식어조차 오롯이 담지 못한 오달수는 한국 영화사에 독보적인 대체불가의 배우다. “한국 영화는 오달수가 나오는 영화와 안 나오는 영화로 나뉘고 1000만 관객 영화도 오달수를 기준으로 해서 구분해야한다”는 관객들의 언급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그만큼 오달수는 한국 영화계에서 대단한 배우다. ‘도둑들’ ‘변호인’‘국제시장’ ‘7번방의 선물’ 등 그가 출연한 영화 네 편이 1000만관객을 동원했고 목소리 연기를 한 ‘괴물’까지 합치면 5편의 영화가 1000만 관객 기록을 돌파했으니 말이다. 그리고 수많은 성격 다른 캐릭터의 표출력부터 성격이 비슷한 캐릭터 조차도 전혀 다른 생명력을 불어넣는 캐릭터 창출력까지 캐릭터의 해석과 창조는 가히 국보급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이런 오달수를 가능하게 한 원동력은 무엇일까. 그의 연기의 모태인 연극무대에서의 쌓은 탄탄한 연기력과 캐릭터 분석력을 첫손에 꼽을 수 있다. 오달수는 그냥 우연하게 배우가 됐다고 했다. 배우가 꿈도 목표도 아니었단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입 재수생시절 인쇄소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포스터를 극단 ‘연희단거리패’를 배달하러 갔다가 단원들과 술도 먹고 밥도 먹고 친해져 연극무대까지 오르게 됐다. 그의 연기자로서 데뷔작은 1990년 이윤택 연출의 연극 ‘오구다’. 이때부터 다양한 연극 무대에 오르며 그만의 연기 스타일을 구축했다. 활동무대를 1997년 서울로 옮긴 뒤에도 꾸준히 연극 활동을 했다.
오달수는 말한 적이 있다. “영화는 편집과 카메라 촬영기술 덕분에 연기가 커버되는 부분이 있지는 연극은 아니다. 관객 앞에 그대로 발가벗겨진다. 정말 연기를 잘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눈앞에서 관객의 불신을 받게 된다.” 이러한 치열함속에서 연극무대에 올라 시행착오를 거치며 발성에서부터 연기세기, 캐릭터 분석과 창출까지 온몸으로 다진 것이다. 근래 들어 한해 7~8편의 영화에 출연 하는 살인적인 활동상황에서도 오달수는 매년 한편의 연극무대에 오른다.
오달수는 캐스팅 디렉터인 후배의 권유로 영화 ‘해적, 디스코왕 되다’(2002) 오디션을 본 것을 계기로 영화와 인연을 맺은 뒤 매년 적게는 2~3편 많게는 6~7편의 영화에 출연하고 있다. 그럼에도 40여 편의 영화에서 그가 맡았던 캐릭터는 관객들에게 진정성을 느끼게 하면서도 오달수라는 대체불가의 존재감을 느끼게 만든다. 배우는 두 가지 타입이 있다. 캐릭터 속으로 들어가는 배우가 있고 캐릭터를 자기 것으로 가져와 드러내는 배우가 있다. “전 캐릭터를 내속으로 가져와 연기하는 타입입니다”라고 말하는 오달수는 그래서 관객들에게 캐릭터도 그리고 오달수라는 배우의 존재감도 영화를 보고 나면 오래 남는 것이다.
그가 늘 강조하는 것처럼 생긴 대로 연기하는 즉 부족한 발음, 말투를 숨기지 않고 드러내며 거기에 감정을 실어 연기하기에 관객들은 오달수 연기가 편하고 자연스럽게 수용하게 된다.
최동훈 감독과 배우 김명민이 말한 것처럼 오달수의 상대 배우와의 연기호흡이나 뒷받침 해주는 연기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오달수만의 엄청난 경쟁력이다. 관객과 만나고 있는 ‘암살’에 함께 출연한 하정우가 “오달수 형하고는 처음 작업을 하는데 굉장히 편안했다. 이상하게 편안하더라. 카메라 앞에서 서로 눈을 보고 대사를 주고받는데 신뢰감이 느껴지고 큰 도움을 받아서 연기할 수 있었던 거 같다”고 말하는 것에서 오달수의 연기자로서의 경쟁력을 엿볼 수 있다. 오달수는 스크린 속 다른 배우와의 연기 조화를 위해 스크린 밖에서부터 철저히 준비를 한다. “동료 배우들과의 하모니가 꼭 영화 촬영현장에서 카메라가 준비된 상황에서 벌어지는 게 아니고 그 영화를 찍지 않는 시간 쉬는 시간, 호텔로 돌아오는 시간, 나머지 개인 시간에 얼마나 이 사람하고 좋은 시간을 가지느냐에 따라 연기가 훨씬 더 수월해지는 것 같다”는 오달수의 말은 그가 왜 수많은 사람들로부터 연기 호흡의 달인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지를 보여준다.
하고 싶은 배역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한 오달수의 답은 이랬다. “못해 본 인물이요” 오달수 답다. 왜 그가 독보적 오달수인지를 깨닫게 해주는 대답이지 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