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총괄회장의 의중(진심)이 어디로 향하는지 갖은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지난해 말 장남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을 잇달아 해임하고, 차남 신동빈 회장을 롯데홀딩스 대표이사로 선임한 것이 신 총괄 회장의 뜻일까. 아니면 지난 27일 신 회장을 롯데홀딩스 이사에서 해임한 것이 그의 진심일까.
신동주 전 부회장이 퇴진할 때 신 총괄회장의 뜻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일종의 음모설이 제기되고 있다. 또 다른 시각으로는 한국 롯데가 고령인 신 총괄회장이 신 전 부회장과 함께 일본행에 나서 신 회장을 해임시킨 경위에 대해 슬쩍 ‘신동주의 배후 조종설’을 암시하면서 신 총괄회장의 판단이 흐려졌다는 건강이상설이다.
그러나 롯데그룹 내부에서는 공공연하게 비밀로 통하는 한 가지 사실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바로 아버지의 마음을 얻게 된 신 전 부회장의 석고대죄. 롯데그룹은 ‘석고대죄’를 가슴 아프게 지켜본 아버지가 장자(長子)에 대한 남 다른 애정으로 이번 ‘왕자의 난’을 촉발했던 비밀스런 일본행이 성사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4월 중순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신관 34층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직무실 겸 거처 문 앞에서 신 전 부회장과 부인이 무릎을 꿇고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평소 차분하고 감수성이 풍부한 외유내강형 성격의 소유자로 알려진 신 전 부회장은 지난해 말 일본 롯데 부회장과 롯데상사 부회장 겸 사장, 롯데아이스 이사에서 줄줄이 해임됐고 올해 초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마저 물러나면서 깊은 좌절감을 맛봐야 했다.
신 전 부회장 부부의 ‘석고대죄’는 이후 10여일 간 계속됐다. 그리고 마침내 신 전 총괄회장이 마음을 열었다. 신 회장도 이 같은 사실을 비서진을 통해 접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별 다른 조치는 취하지 않았다.
신 총괄회장의 진심이 장자에게 향하고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인 가운데 신 전 부회장이 전날(29) 입국했다. 아버지와 하루 차이를 두고 발빠르게 한국을 찾은 것은 반격에 나서겠다는 것을 시사한다.
1라운드에서 동생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에게 참패한만큼 신 전 부회장은 한국에 머물며 주주들과 이사들의 세력을 결집하고 아버지 신격호 총괄회장 설득에 나설 가능성이 커 보인다.
신 총괄회장은 롯데그룹 지배구조 상위에 있는 광윤사(光潤社), 일본 롯데홀딩스의 지분에서 여전한 영향력을 갖고 있어 향후 후계 구도에서 핵심 열쇠를 쥐고 있다. 때문에 신 회장과 최악의 경우 주주총회에서 표 대결을 벌여야 하는 상황에서 가장 절실한 것은 신 총괄회장이 가진 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