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선진국 중의 하나인 그리스가 어쩌다 이 지경이 되었나? 나랏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국제기구로부터 빌린 돈을 만기일이 되어도 갚지 못해 사실상 국가부도 사태를 맞았기 때문이다. 그럼 나랏빚은 왜 눈덩이처럼 불어났는가? 제일 큰 원인은 선거에서 이기려는 정치권의 복지 경쟁과 여기에 편승한 유권자들의 단견이었다.
불과 30여년 전인 1981년경엔 그리스의 국가부채가 지금의 우리보다 훨씬 양호했다. GDP 대비 26.7%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이번 추경으로 우리나라의 국가부채는 GDP 대비 37.5%라는 것이 정부의 공식 입장이다. 그런 그리스의 국가부채가 불과 30여년 만에 GDP의 170%로 급증하였다. 원인은 부정부패, 만성적 탈세로 인한 세수 부족도 문제지만 과도한 복지 경쟁도 분명 한몫하였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1981년 파판드레우 총리가 “국민이 원하는 것이면 무엇이든 해드리겠다”며 집권한 뒤 8년간 파격적인 복지제도를 도입했다. 그 결과 8년간의 집권이 끝난 1989년엔 국가부채가 26.7%에서 60%로 급등했다. 이러한 파격적인 복지 혜택을 제공하는 파판드레우 정권을 이기기 위해 우파 신민주주의당은 더욱 파격적인 복지공약을 제시했고 무한 복지경쟁에 돌입했다. 결국 박사과정은 물론 박사과정의 기숙사까지 무상으로 제공하기에 이르렀고, 박사과정 졸업자들은 눈높이에 맞지 않는 웬만한 곳은 보이콧하자 나라 전체에 실업자가 넘쳐나기 시작했다. 급기야 실업 대책의 일환으로 공무원을 늘리는 지경에 이르러 국민의 25%가 공무원인 나라가 되었다.
연금 급여는 퇴직 전 5년간 평균 급여의 95.7%를 지급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통상적으로 근속연수가 늘어남에 따라 급여가 증가함을 감안하면 연금 소득대체율이 사실상 100%가량이라고 볼 수 있다. 근로기간에는 자녀 교육, 부모 부양, 노후 대비 등 지출 소요가 많지만 은퇴 후에는 이러한 지출 소요가 대부분 소멸되므로 대부분의 나라에서 연금의 소득대체율이 통상 40~50% 내외임을 감안하면 소득대체율 100%가 얼마나 높은 복지혜택인지 가늠할 수 있다.
결국 부정부패와 만성적인 탈세 등으로 세수확보는 어려운 상황에서 감당하기 어려운 복지 혜택은 지속가능하지 않았고, 국가부채는 GDP의 170%, 경제성장률은 마이너스(-)4.5%를 기록하는 최악의 상황으로 내몰렸다. 누구도 그리스가 돈을 갚을 수 있다고 믿지 않아 국채 발행도 안 되는 상황이 되자 IMF와 유럽연합, 유럽중앙은행 등의 구제금융에 의존했지만 그마저 만기일에 갚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자 채권국들은 빌린 돈을 갚기 위한 허리띠 졸라매기 계획, 즉 긴축안에 대한 국민서약을 받아야만 추가적인 구제금융을 지원하겠다고 압박했다.
전 세계를 놀라게 한 것은 이런 채권국의 요구에 그리스 국민들은 61.5%의 압도적인 반대표를 던진 것이다. 나쁜 선례를 남길 수 없다는 독일 중심의 강경파가 우세하고, 현재 그리스 은행이 보유한 현금이 고작 5억 유로밖에 안 되는 가운데 당장 7월 20일 만기가 돌아오는 IMF 구제금융 35억 유로를 갚지 못하면 그리스 은행들은 파산하고 기업들은 줄줄이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런 상황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국민의 61.5%가 반대표를 던졌다는 것은 오랜 기간 젖어온 무상 복지의 달콤함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일종의 복지중독은 아닐까?
복지 확대에 신중해야 하는 또 하나의 이유를 보여주는 듯하여 씁쓸하다. 복지는 불가역적이다. 한번 확대하면 되돌리기 어렵다는 뜻이다. 뿐만 아니라 복지는 중독이다. 한번 빠지면 헤어나기 어렵다. 복지에 인색해도 안 되지만 복지에 무분별해도 위험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