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영업손실이 예고된 대우조선해양에 대해 증권사들이 최근까지 ‘매수’ 일변도의 투자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4월 이후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애널리스트 리포트를 낸 국내 18개 증권사 중 12곳에서 ‘매수(BUY)’를 추천했다. 나머지 6곳에서도 ‘단기매수(Trading BUY)’ 또는 ‘중립(HOLD)’ 의견을 제시했다. 매도 의견을 낸 곳은 단 한 군데도 없었다.
대우조선해양의 갑작스러운 대규모 손실은 정성립 사장이 지난달 25일 취임 이후 전임 경영진의 공적을 평가하는 ‘빅 배스’를 단행하면서 드러났다.
당시 정 사장은 “부임 후 가장 먼저 회사의 실상을 알아봤는데 해양 쪽에서 어느 정도 손실을 보고 있었다는 사실을 파악했다”며 “결과가 나오면 2분기 실적에 반영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정 사장의 손실 언급에도 불구하고 이후 나온 리포트에서도 증권사들은 ‘매수’ 포지션을 유지했다.
5월 이후 대우조선해양 보고서를 제출한 증권사 가운데 SK증권, 교보증권, 미래에셋증권, 하나대투증권, KTB투자증권, 하이투자증권, 신영증권, KDB대우증권, LIG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 키움증권, 동부증권이 매수의견을 냈다. 다만 교보증권은 매수의견을 유지하면서도 목표주가를 직전 2만7000원에서 2만2000원으로 낮췄다.
이와 달리 국내 증시에서 사실상 매도의견으로 받아들여지는 ‘중립’을 제출한 증권사는 유안타증권, 삼성증권, 대신증권,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등이었다. 특히 대신증권은 매수에서 시장수익률로 투자의견을 바꾸면서 목표주가를 2만4000원에서 1만8000원으로 25%나 낮췄다. 삼성증권도 매수에서 중립으로 바꾸면서 목표주가를 1만8000원에서 1만5000원으로 낮췄다. 하지만 이 조차도 실제 주가와는 괴리가 컸다.
이에 보고서를 믿고 투자한 투자자들은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사측의 재무제표 위조로 인해 애널리스트들이 손실 파악을 제대로 할 수 없었던 점은 감안하더라도 정 사장의 손실 언급 이후에도 매수 의견을 유지한 것은 납득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번 사태가 증권가의 뿌리 깊은 ‘매도 리포트 기피 문화’의 한 측면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4월 와이즈에프엔 집계에 따르면 최근 1년간 국내 증권사가 제시한 기업분석 보고서 2만8702건 중 매도의견을 낸 보고서는 0.1%인 23건에 불과하다. 최근에는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의 부정적 분석에 대해 해당 기업 임원이 전화로 폭언을 한 사건도 발생하는 등 애널리스트들이 분석 대상 회사 이익에 반하는 의견을 내는데 상당히 부담감이 큰 상황이다.
조국환 금융감독원 금융투자감독국장은 “일반적으로 회계감사를 해서 발표된 자료는 애널리스트도 믿을 수밖에 없고 사업 실사의 경우에도 내부까지 들여다 볼 권한은 없기 때문에 애널리스트의 책임으로만 돌리기는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다만 우려가 제기됐을 때 쉽게 매도의견을 제시하지 못하는 리서치 문화는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