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추시대 진(晉) 영공(靈公)은 무능하고 오만방자한 군주였다. 재상 조순(趙盾)의 간언을 들은 척도 하지 않고 오히려 그를 죽이려 했다. 얼마 후, 적(狄) 사람들이 노(魯)를 침범하자 노문공은 진에 구원을 요청했다. 조순은 사람을 보내 적 땅으로 도망가 있던 가계(賈季)에게 부탁해 적(狄)의 재상 풍서를 문책하게 했다. 풍서가 가계에게 물었다. “진의 조최와 조순 가운데 누가 더 어진 사람이오?” 가계가 대답했다. “조최는 겨울날의 태양이고, 조순은 여름날의 태양입니다.”[趙衰冬日之日也 趙盾夏日之日也]
춘추좌전(春秋左傳) 문공(文公) 7년 기록에 나오는 이야기다. 조최(趙衰)는 조순의 아버지인데, 어떤 자료에는 조쇠라고 나온다. 조순(趙盾)도 조돈 조둔이라고 쓴 곳이 꽤 있다. 그의 다른 이름은 조선자(趙宣子)다.
어쨌든 조최는 옳고 바르지만 조순은 나쁘고 틀렸다는 차원에서 한 말은 아니다. 원래 표현은 동일지일(冬日之日) 하일지일(夏日之日)이었다. 그런데 삼국시대 오(吳)를 정벌한 진(晉)의 두예(杜豫)가 ‘冬日可愛 夏日可畏’(동일가애 하일가외:겨울 해는 좋지만 여름 해는 무섭다)라고 주석을 붙인 이후 동일가애 하일가외라는 성어가 널리 쓰이게 됐다. 동일가애는 온화하고 자애로워 친할 수 있지만 하일가외는 한여름 태양처럼 무서운 사람이니 가까이하기 어렵다.
두보(杜甫)의 시 ‘한우조행시원수(寒雨朝行視園樹)’에는 ‘겨울 해처럼 은혜로운 볕을 빌렸으니, 찬 서리의 살기를 근심하지 않는다’[愛日恩光蒙借貸 淸霜殺氣得憂虞]는 표현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