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이 참 빠른 것 같습니다.
오늘(14일), 세월호 유가족들이 광화문 광장에서
세월호 특별법' 제정과 세월호 진상규명 등을 요구하며
천막농성을 벌인지 1년이 되는 날입니다.
지난해까지만해도 광화문광장을 지나치는 시민들,
뜨거운 관심과 성원을 보냈었는데요.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시민들의 관심은 세월호에서 점점 멀어져 갔죠.
이런 가운데 최근 농성을 진행하는 세월호 유가족과 시민단체 측이
농성 1주년을 앞두고 천막 보강공사에 나섰습니다.
이제까지 광화문광장에 설치된 천막은 총 16개.
이순신장군 동상을 가렸던 천막 농성장은 동상을 기준으로
양 옆으로 길게 늘어서는 방식으로 배치됐습니다.
광장 경관을 해치는 조형물도 일부를 제외하고 대부분 철거됐죠.
대신 양옆으로 늘어선 천막들은 두툼한 합성소재와
튼튼한 목재로 뼈대를 보강했고요.
세월호 사고의 의미를 알리고 시민들이 희생자를 추모할 수 있도록
분향소와 카페, 리본 공작소, 전시공간 등을 설치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이번 보강공사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바로 '타이밍' 문제 입니다.
"세월호가 잊혀지지 않도록 농성장을 계속 유지하자"
vs. "이제 그만 할때도 됐다"
찬반 논쟁이 나오고 있는 것이죠.
'타이밍' 문제로 논란이 되고 있는 곳은 또 있습니다.
바로 전남 진도군 팽목항입니다.
"산 사람은 살아야 할 것 아닙니까"
지난달 29일 진도군 팽목항 주민들
"팽목항 주변에 설치된 세월호 희생자 분향소와 추모 리본을 철거해 달라"
국민권익위원회에 탄원서를 제출했습니다.
2년 가까이 추모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관광객 발걸음이
뚝 떨어지게 됐고, 급기야는 생계까지 위협받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에 일부 세월호 유가족은 '서운하다'는 뜻을 나타내기도 했습니다.
팽목항 주변에 추모공원이 조성된 후에 옮겼으면 좋겠다는 입장인 것이죠.
하지만 팽목항 주민들은 '더 이상'은 생계가 곤란하다는 입장입니다.
사실 세월호 참사가 있기 전, 진도 팽목항 일대는 유명한 관광지였습니다.
팽목항은 조도와 관매도로 가는 관문 역할을 하는 곳인데요.
특히 2011년 인기 예능 프로그램 '1박2일'에서
진도군 관매도의 수려한 절경이 전파를 타면서
이곳을 찾는 관광객이 크게 늘어났죠.
하루에 20~30대 관광버스가 관광객을 실어나르는 것은 보통었다는 것이 주민 측의 설명입니다.
그러나 관광객으로 넘쳐났던 이곳은 지난해 세월호 참사 이후
그야말로 '초상집' 분위기가 됐습니다.
참사 이후 팽목항 일대에 들어선 세월호 관련 임시 건물은 20여개.
추모를 위한 노란 리본, 부착물과 상징물이 팽목항에 도배되면서
팽목항과 진도 일대도 2년 가까이 암울한 분위기 속에 갇히게 됐습니다.
진도군청에 따르면 지난해 4월부터 올해 1월말까지
특산물 판매는 26억원 이상 줄었습니다.
민박도 50% 이상 감소, 어업 위판액도 같은 기간 20억원 이상 감소했습니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지 1년 3개월.
이 비극을 둘러싼 갈등과 논란은 여전히 뜨겁습니다.
특히 세월호특별조사위원회가 구성된지 4개월이나 지났지만
조사는 커녕 내홍을 겪는 등 제 구실을 못하고 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세월호 참사 유가족은 물론
유가족과 함께 슬퍼했던 진도 주민과 서울 시민들이
서로에게 불편함을 느끼는 상황에 이르게 됐죠.
광화문광장의 농성장의 경우 사실 서울시로부터 광장사용을
허가받지 않았기 때문에 엄밀히 말하면 조례를 위반한 시설입니다.
이에 대해 일부 보수단체,
농성장 시설을 용인한 박원순 서울시장을 '직무 유기'라며 고발했죠.
농성장 옆에서 철거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고요.
누구는 말합니다.
'산 사람은 살아야 한다고' '이제는 잊고 원래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이들의 주장이 이기적이라고는 말할 수는 없습니다.
생업이 걸려있는 경우는 더더욱 그렇고요.
이 때문에 시설물 정리에 대한 양측의 구체적인 논의를 통해
정리 시점을 정하고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지적입니다.
세월호 참사. 잊어서는 안되죠.
세월호 참사는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피해자니까요.
시간은 걸릴지라도 우리 모두가 변화를 위해 힘쓸 때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