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우주개발 역사에 14일 또 하나의 이정표가 세워지게 됩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2006년 쏘아올린 탐사선 뉴호라이즌호가 9년이 넘는 여정 끝에 태양계 끝에 있는 명왕성에 가까이 접근해 보다 자세한 사진을 찍고 각종 자료를 수집하게 됩니다.
명왕성은 파란만장한 역사를 가진 왜소행성입니다. 미국 천문학자 클라이드 톰보가 1930년 명왕성을 발견했지요. 당초 명왕성은 행성으로 분류됐다가 뉴호라이즌호가 발사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국제천문연맹(IAU) 총회에서 행성 분류 정의가 바뀌면서 태양계 행성에서 왜소행성으로 지위가 격하합니다. 미국은 처음이자 유일하게 발견한 명왕성에 애착을 갖고 크게 반발했으나 결국 막지 못했지요.
그러나 뉴호라이즌호의 활동은 여전히 의미가 있습니다. 바로 명왕성 바깥에 얼음덩어리와 우주 먼지가 밀집해 있는 카이퍼벨트에도 도달할 예정이기 때문이지요. 카이퍼벨트는 태양계 생성 초기의 각종 잔해가 밀집해 있기 때문에 태양계 생성의 비밀을 풀 열쇠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각종 관련 기술 발전 등 실용적인 의미는 물론 미지의 세계에 대한 호기심을 푸는 인간의 도전 정신을 자극하는 것이지요.
우리나라의 우주개발은 아직 걸음마 단계이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내걸었던 달탐사를 위해 내년에 관련 연구개발 예산을 100억원 편성했다고 하네요. 박 대통령은 2012년 12월 대선 TV토론 당시 “2020년에 달에 태극기가 펄럭이게 하겠다”고 공언했습니다.
국민의 반응은 냉담하기 짝이 없습니다. 사실 독자적으로 로켓을 쏘아 올리지도 못하는 나라에서 달까지 탐사선을 보내는 것도 허풍으로 비칠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무상급식 등 복지예산은 “돈 없다”“그리스처럼 나라 망할 일 있냐”며 두 손을 들고 반대하면서 4대강 사업에 22조원을 쏟아부은 이명박 정부의 선례를 보면 달탐사 예산이 곱게 보일 수가 없습니다. 정말 개념없는 정부 때문에 꼭 필요한 사업도 추진하는데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입니다.
그러나 우주개발이 우리에게 가져다줄 이익을 보면 언제까지 손 놓고 앉아있을 수도 없을 것입니다. 다만 이번에는 제대로 접근했으면 좋겠습니다. 우주개발이 돈이 많이 든다는 편견은 이미 인도가 깨뜨렸습니다. 지난해 화성 궤도에 진입한 아시아 최초 화성탐사선 망갈리안은 비용이 700억원대로 미국의 10분의 1에 불과합니다. 심지어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망갈리안 발사 비용은 할리우드 영화 ‘그래비티’ 제작비보다 저렴했다”고 자랑하기도 했습니다.
후발주자인만큼 다른 나라들이 비싸게 치러야 했던 실패를 보고 배울 수 있는 이점도 있습니다. 10년이 됐든 20년이 됐든 태극기가 달 표면에 펄럭이는 것을 보는 것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즐겁네요. 다만 불필요한 곳에는 돈을 펑펑 써대면서 들어가야 할 곳에는 인색해하는 우리나라의 정치인들을 보면 그런 기대는 하지 않는 것이 좋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