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서귀포시의 서쪽에 있는 무릉마을은 옛 중국고사에 나오는 무릉도원처럼 이상향을 상징하는 아름다운 마을로 꼽히는 곳이다. 이곳에서 최근 마을 주민주도의 농촌 생활환경 정비, 농촌지역경관개선, 소규모 마을 가꾸기 사업으로 함께하는 농촌 클린운동을 전개해 아름다운 마을로 육성하고 있다.
무릉마을은 제주공항에서 제주도 해안가를 따라 1132번 지방도로 45분거리에 있다. 이 마을은 조선시대 국가의례용 검은암소를 공급하고자 특별히 설치 경영하던 국영목장인 모동장에서 연유되기 시작해 인향동, 평지동, 좌기동 등 3개 동네가 합심해 무릉마을을 이루고 있다.
예전 마을 전체가 하나의 축산단지를 이뤘지만 지금은 거의 자취를 감추고 마늘, 양파, 감자 등 밭작물 농사와 감귤농사를 생업으로 하는 마을로 변했다.
고완유(65세) 무릉마을 전 이장은 “이전까지 각 동별로 청년회와 부녀회가 따로 있었지만 꾸러미 사업 등 마을 공동 사업을 목표로 무릉2리로 하나로 뭉쳐 활동하고 있다”며 “마을 환경정화 사업도 하나로 뭉쳐 진행하다 보니 삶의 질 향상과 살기 좋은 마을로 거듭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폐비닐이나 농약빈병 등 영농폐기물 수거는 무릉마을 노인회가 주도해 하고 있는데 한해 영농폐기물을 수거·판매해 1900여만원을 벌어들이고 있다. 현재 폐비닐은 1kg당 130원에 서귀포시에서 거둬 가고 있다.
김정언(61세) 무릉2리 이장은 “예전에 그냥 밭에 버리던 폐비닐이 환경오염과 경관을 헤치는 주범이었는데 지금은 노인회의 부대 수입원으로 자리 잡고 있다”며 “이 수입으로 마을 주민들이 뭍으로 나가던가 제주도를 일주하는 여행을 하고 있어 일이 아니라 재미로 수거작업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무릉마을 부녀회에서도 제주 올레길코스 주변 꽃길조성, 쓰레기 청소와 쓰레기 감량, 분리배출 등을 맡아 마을 정화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특히 무릉마을이 올레길 11코스와 12코스와 연계돼 있어 부녀회 주도로 관광객을 위해 열린화장실 5개를 열어 깨끗이 청소를 하고 있다.
무릉마을을 돌아다보면 깨끗한 농촌 환경뿐만 아니라 집집이 소형 태양광발전 설비가 갖춰져 있는 점이 눈에 띈다. 집집이 태양광발전 설비를 갖출 수 있었던 것은 김 이장이 마을기금으로 지원했기 때문이다.
무릉마을이 이 같은 지원을 할 수 있을 만큼 마을기금을 모을 수 있었던 것은 마을 주변 곶자왈 지대가 ‘제주곶자왈도립공원’으로 지정되면서 마을 소유 부지를 매각했기 때문이다. 지금이 올레길과 함께 곶자왈도립공원이 관광객을 모으는 효자가 됐다. 곶자왈은 제주 고유어로 숲을 뜻하는 ‘곶’과 덤불을 뜻하는 ‘자왈’이 합쳐진 말로 풀과 나무가 만들어진 환상적인 숲을 말한다.
또 무릉마을은 마을 공동체 사업인 ‘무릉외갓집’ 영농법인을 만들어 농산물 직거래는 물론 마을에서 직접 재배한 농산물로 구성해 꾸러미로 만들어 1달에 한번씩 가정에 배달하는 꾸러미사업도 펼쳐 높은 수익을 올리고 있다. 지난 4년간 매출규모만 약 8억7000만원 정도다.
한편 제주 서귀포시는 무릉마을을 비롯해 현재 ‘함께 가꾸는 농촌운동’에 61곳 마을이 참여하는 실적을 올리고 있다. 특히 서귀포시는 환경정화 운동과 병행해 기존의 불법 영농폐기물, 축사주변 악취, 불법 생활폐기물이 없는 3무(無)운동으로 희망, 행복, 소득이 있는 3유(有) 농촌 만들기 운동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임광철 서귀포시 마을만들기추진팀장은 “최근 ‘함께 가꾸는 농촌운동’으로 폐비닐 등 재활용 쓰레기가 지난해보다 2배 가까이 늘어나 생활 자원 회수센터에서 처리하는 데 한계가 있는 문제점이 발생했다”며 “현재 서귀포시는 부녀회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생활쓰레기 줄이기와 자원재활용 등 시민 의식 변화에 맞춘 교육에 힘쓰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