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은 10일 양사 합병을 찬성 또는 반대할지에 대해 입장을 결정했다. 국민연금은 ㈜SK와 SK C&C 합병 때와 달리 학자 등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를 거치지 않고 독자적으로 결단을 내렸다.
사안이 워낙 민감한데다 결정 내용에 따른 파급력도 커 주주총회 때까지 찬반 여부는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그러나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무산될 경우 2조3000억원어치에 달하는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주식 가치가 하락해 국민의 미래 노후를 책임질 자산인 국민연금기금의 수익률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점을 우려, 참석자들이 합병에 찬성키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삼성물사의 합병에 청신호가 켜졌다. 삼성이 20%가량의 우호지분을 확보한 가운데 단일주주로서 가장 많은 지분을 들고 있는 국민연금이 삼성의 손을 들어줬기 때문이다.
이달 17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안이 주총에서 통과하려면 주총 참석 지분의 3분의 2 이상, 전체 지분 3분의 1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주주의 참석률을 70%로 볼 때 삼성은 최소 47%의 찬성 지분을 확보해야 한다.
삼성 측의 우호지분은 동일인 지분 13.82%에 KCC 지분 5.96%를 더한 19.78%로 47%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하지만 11.21%의 지분을 갖고 있는 국민연금이 합병에 동조함에 따라 엘리엇과의 표 대결에서 한 발 앞서게 됐다.
삼성 지분과 국민연금 지분을 더하면 모두 30.99%다. 합병 성공 지분 47%까지의 지분 격차는 16.01%이다. 현재까지 합병에 찬성 의견을 낸 국내외 주주 지분 7.35%를 더하면 합병 성사까지는 8.66%를 더 모아야 한다.
국민연금이 찬성 입장을 밝힘에 따라 그동안 판단을 미루거나 중립 입장을 보였던 국내 기관투자가가 삼성 합병에 찬성하면 삼성 측의 지분 확보는 급물살을 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국내 기관투자가의 지분은 11.05%다.
반면 엘리엇 지분은 7.12%로 합병 실패를 위한 지분 23%까지 15.88%의 지분을 끌어모아야 한다. 현재 엘리엇과 함께 합병안에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진 일성신약과 메이슨 캐피털 매니지먼트, 네덜란드 연기금 등의 지분 4.66%를 더해도 11.22%의 지분을 추가로 확보해야 한다.
이에 삼성과 엘리엇의 우호지분 확보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엘리엇을 제외한 외국인 투자자 지분은 26.41%, 일성신약을 더한 소액주주 지분은 24.43%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