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대해 ‘찬성’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두 회사의 합병이 8~9부 능선을 넘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삼성물산 측이 국민연금의 찬성이 있다면 합병이 성사될 것을 확신한 것도 이 같은 관측에 힘을 더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10일 양사 합병을 찬성 또는 반대할지에 대해 입장을 결정했다. 국민연금은 ㈜SK와 SK C&C 합병 때와 달리 학자 등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의결권행사전문위원회를 거치지 않고 독자적으로 결단을 내렸다.
사안이 워낙 민감한데다 결정 내용에 따른 파급력도 커 주주총회 때까지 찬반 여부는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그러나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무산될 경우 2조3000억원어치에 달하는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주식 가치가 하락해 국민의 미래 노후를 책임질 자산인 국민연금기금의 수익률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점을 우려, 참석자들이 합병에 찬성키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회의는 홍완선 기금운용본부장이 주재하고 기금운용본부 리스크관리센터장, 운용전략실·운용지원실·주식운용실 실장 등 내부 인사 12명이 참석했다. 회의는 사안의 중대성을 반영하듯 7시무렵까지 4시간가량 진행됐다.
이에 따라 삼성물산의 합병이 성사 직전에 이르렀다는 재계의 관측이 나오고 있다. 삼성물산이 국민연금의 도움이 있으면 합병을 자신한 바 있어서다.
김신 삼성물산 상사부문 사장은 앞서 8일 수요 사장단회의에서 “국민연금이 찬성한다면 합병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어 “(헤지펀드의 공격을 받을 가능성이 있는) 국내 기업들이 제법 있다”며 “국민연금이 좋은 쪽으로 결론을 내주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면서 국민연금의 찬성 동조를 희망했다.
한편 국민연금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찬성함에 따라 삼성물산의 우호주주 모집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국민연금의 판단은 국내외 기관투자가는 물론 소액주주에게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