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위에서 펼쳐진 치열했던 제1연평해전을 그린 ‘연평해전’에서 컴퓨터그래픽(CG)은 생생한 현장감을 더했다. ‘연평해전’은 CG보다 실사 촬영을 강조, 대부분 장면을 실제 바다에서 촬영했다. 하지만 CG는 ‘연평해전’의 하이라이트인 30분간의 전투에서 세트장 배경을 바다로 옮겨주는 역할을 했다. 덕분에 배우들은 비교적 안전한 실내에서 해상전투 장면을 촬영할 수 있었다.
CG는 영화에서 배경을 그려내는 데 그치지 않고 인물과 건물, 새로운 세상을 창조한다. ‘연평해전’과 같은 해상 전투가 묘사된 ‘명량’은 CG의 도움으로 명장면을 만들 수 있었다. 2014년 개봉해 1700만 관객을 돌파한 명량은 화려한 해상 전투 장면으로 관객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흔들리는 배 위에서 목숨을 건 백병전. 이 장면에 등장하는 배우들은 대부분 CG로 만들어졌다. 판옥선에 올라탄 20여명을 제외한 나머지는 ‘디지털 액터’ 기술을 사용해 만들어진 병사들이 빈자리를 채웠다.
해전이 펼쳐지기 직전 300척의 압도적인 왜군 함선과 이에 맞선 조선 수군의 모습도 관객이 뽑은 ‘명량’의 명장면이다. 이 장면에서도 CG의 힘이 발휘됐다. 제작진이 ‘명량’ 촬영을 위해 제작한 모형 함선은 총 8척이다. 수많은 함선이 충돌하고 부서지는 장면은 모두 CG 기술을 이용했다. 제작진은 CG를 활용해 배에 부딪히는 파도의 모습과 함선 표면 질감을 세밀하게 표현했다. 또 해전 장면이 촬영된 곳은 대부분 실제 전투 장소인 울돌목이 아닌 광양 중마일반부두의 세트장이다. CG를 통해 차와 전선, 아파트 등을 모두 지우고 완벽한 조선의 모습을 재현해냈다.
CG를 통해 실제로 촬영할 수 없는 장면도 찍어낼 수 있다. 2014년 개봉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인터스텔라’는 CG를 활용해 무한한 우주를 묘사해 관객의 상상력을 자극했다. 영화 특수효과팀과 이론 물리학자 킵 손이 힘을 합쳐 표현해낸 ‘인터스텔라’의 블랙홀 장면은 관객의 숨소리마저 빨아들였다.
한편, 지난달 29일 개봉한 ‘터미네이터 제니시스’는 흘러내리는 터미네이터의 모습을 CG로 생생하게 표현하며 ‘연평해전’과 흥행 맞대결을 펼치고 있다. ‘쥬라기 월드’도 CG 기술을 총동원, 현실감 넘치는 공룡을 묘사해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