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한국경제를 침체의 늪에서 끌어올리고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후유증을 조기에 극복하기 위해 12조원 규모의‘추가경정예산 (추경) 편성’이라는 극약 처방을 내렸다. 경기를 살리기 위한 최선의 선택이라지만 일시적인 재정건전성 악화는 피할 수 없어 보인다. 지난해 세수 결손 규모가 역대 최대인 10조9000억원에 이르러 나라 살림살이가 빠듯한 상황에서 추경의 80%를 국채 발행으로 마련해야 해서다.
이번 추경 재원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국채 발행 9조6000억원 △정부기금 재원 1조5000억원 △한국은행 잉여금 7000억원으로, 전체 11조8000억원 중 나랏빚인 국채가 81.3%를 차지한다.
이로써 신규 국채 발행(9조6000억원)만큼 국가채무가 늘어나 당초 569조9000억원으로 예상됐던 올해 국가채무는 579조5000억원으로 증가하게 된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채무 비율도 35.7%에서 37.5%로 1.8%포인트 높아질 전망이다.
정부의 살림살이를 파악할 수 있는 지표인 관리재정수지(통합재정수지에서 국민연금, 고용보험기금 등 사회보장성기금을 제외한 재정수지) 적자 규모는 46조8000억원(GDP의 3.0%)이 된다. 애초 올해 예산 계획안의 33조4000억원(GDP의 2.1%)보다 13조4000억원이 많은 수준이다.
정부는 메르스 여파 등으로 가라앉은 경기를 본격적인 회복 국면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단기적인 재정건전성 악화를 감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 대신 지출 구조조정, 세입기반 확충 등을 통해 국가 채무 비율이 과도하게 높아지지 않도록 재정준칙 효율 높이기 위한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여기에 각종 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국고보조금이 들어가는 사업 수도 10% 줄여 중장기적인 재정건전성도 철저히 관리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특히 정부는 3년물, 5년물 등 단기물 국고채를 늘려 변동성에 대응하는 방안도 구상 중이다. 다만 2018년 국고채 상환물량이 약 72조원에 달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번 추경의 효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국민 부담만 가중시킬 수 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은 “추경이 워낙 대규모여서 재정건전성에 부담이 되는 건 사실”이라며 “만성적인 추경을 피하고 세입추경이 다시 필요하지 않도록 세입예산을 좀 더 보수적으로 짜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