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들의 상고 및 피고의 상고를 각 기각한다.’
지난달 28일 ‘영종 하늘도시’ 아파트 입주자들 1700여명이 받아본 10페이지짜리 대법원 판결문은 소송 참가자들이 기대했던 내용을 담고 있지 않았다.
원고들의 요구와 달리 계약취소권을 인정하지 않고 대법원이 돌려주라고 판결한 금액은 분양대금의 5%. 2억5000만원짜리 집을 분양받았다면 1250만원을 돌려받게 된 셈이다.
하늘도시로 불리는 인천 영종지구 아파트 시공에 나선 대형 건설사들은 2009년 10월부터 분양광고를 시작했다. 회사들은 전단지와 책자, 인터넷 웹사이트 등을 통해 광고를 내보냈다. 여기에 포함된 입지조건에는 △제3연륙교 건설로 40분 이내에 승용차로 강남 통행 가능 △제2공항철도 건설 예정 △뮤지컬 극장이 들어서는 문화단지 ‘영종 브로드웨이’ 조성 △해외 디자인스쿨 등을 유치하는 ‘밀라노 디자인시티’ 건립 등이 포함돼 있었지만, 광고에만 포함됐을 뿐 4~5페이지짜리 계약서에는 언급되지 않았다.
입주자들은 분양계약을 체결한 후 2012년까지 잔금을 치렀지만, 광고에 포함되고 분양 홍보 직원들이 장담했던 기반시설이 전혀 갖춰지지 않자 소송을 냈다. 입주자들은 건설사들이 이러한 입지조건이 갖춰지지 않을 것이라는 걸 알면서도 허위 사실로 계약을 체결하게 만들었다고 주장하며 계약을 취소하고 분양대금을 돌려달라고 청구했다.
1, 2심 재판부는 분양계약을 사기로 볼 수 없고, 따라서 계약을 취소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계약체결 과정에서 광고가 과장된 사실을 인정해 분양대금 일부를 돌려주라고 판결했다.
1심 재판부는 제3연륙교와 제2공항철도, 학교 등에 대해 과장광고를 한 점을 인정해 분양대금 10%를 돌려주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분양사들의 과장광고 책임을 제3연륙교 부분에 대해서만 인정해 돌려줄 금액을 분양대금의 5%로 낮췄다. 정책적으로 실제 기반시설이 추진될 것이라고 믿을 만한 근거가 있었다고 본 것이다.
대법원 역시 2심 결론을 그대로 유지하며 ‘광고의 특성상 다소의 과장이 포함됐다고 해서 사기로 볼 수는 없다’는 기존 판례의 입장을 재확인했다.
“상품의 선전 광고에서 거래의 중요한 사항에 관해 구체적 사실을 신의성실의 의무에 비춰 비난받을 정도의 방법으로 허위 고지한 경우에는 기망행위라고 봐야 하지만, 다소 과장이 수반됐다고 하더라도 일반 상거래 관행에 비춰볼 때 시인될 수 있는 것이라면 속였다고 볼 수는 없다”는 게 대법원의 설명이다.
대법원은 또 “분양광고에서 입지조건으로 소개된 제3연륙교, 제2공항철도 설치사업 등은 실제로 추진되고 있던 사업들이었고 분양광고 무렵 사업이 지연되고 있기는 했지만, 사업이 무산되거나 실현 가능성이 현저히 낮아졌다고 보기는 어려운 점을 감안해 사기를 이유로 분양계약을 취소해달라는 주장을 배척한 원심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이번 판결에 대해 민사이론에 정통한 한 부장판사는 “법원이 지나치게 계약서만을 중심으로 형식적인 판단을 내린 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아파트 분양을 받는 사람들이 두껍고 내용이 복잡한 계약서보다는 광고 전단지 등에 나온 내용을 신뢰하고 계약하지 않겠느냐”는 게 그의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