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확산 사태가 점점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국회가 지난 9일 대책특별위원회를 구성하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특위는 보건복지부에서 보건분야와 복지분야의 전문성을 모두 살리기 위한 방안을 논의하는 한편, 전문가 공청회 등을 통해 재발 방지책을 제시할 방침이다.
당초 여야는 지난 3일 각각 당내 특위를 구성했다. 하지만 초기 대응에 실패한 정부와 함께 정치권의 움직임도 늦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뿐만 아니라 정치권이 메르스 시국이라는 엄중한 상황에서조차 ‘국회법 개정안’ 문제로 공방에 열중하면서 힘을 모으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여야는 이 같은 비판을 의식해 8일 ‘4+4 회동’을 통해 여야 동수의 대책 특위를 구성해 다음달 31일까지 운영하기로 합의했다.
새누리당은 위원장에 신상진 의원, 여당 간사에 이명수 의원을 필두로 의사 출신인 문정림·박인숙·신의진 의원과 김기선·김명연·신경림·이종진 의원 등 초선 의원이 참여하는 위원 명단을 발표했다. 새정치민주연합도 특위 야당 간사에 김용익 의원을 선임하고 위원으로 김영환·김춘진·김상희·남인순·박혜자·인재근·임수경 의원이 참여하는 명단을 발표했다.
특위는 지난 11일 첫 전체회의를 열고 보건복지부 등 관계기관으로부터 현안 보고를 청취했다. 이 자리에서 특위 위원들은 정부와 삼성서울병원의 부실한 대처를 질타했다. 이어 15일에는 평택시를 방문해 지역 내 메르스 대책의 추진 현황을 보고받았다. 또 18일 전체회의를 열고 ‘한국-WHO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합동평가단’을 불러 현안 질의를 진행했다. 현안 질의에는 한국-WHO 합동평가단 공동단장인 이종구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등이 참석했다.
아울러 특위는 보건복지부의 분리 또는 보건·복지 복수차관제 도입 논의에 나섰다. 이는 메르스 확산 사태 초기대응에 실패한 보건복지부에 보건전문가가 부족하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현재 새누리당 이명수·박인숙 의원은 보건복지부에 보건·의료분야와 사회·복지분야 2명의 차관을 두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반면 신 위원장은 복지부를 독립된 부처로 운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14일 MBC ‘시사토크 이슈를 말한다’에 출연해 “보건 분야와 복지 분야를 하나로 이렇게 묶어서 부처를 운영하는 나라가 선진국에는 별로 없다”며 “앞으로는 (보건복지부에서) 보건부를 따로 독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메르스 확산 사태가 진정된 이후 청문회나 국정조사를 실시할 것이라는 주장이 야당에서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특위 관계자는 “초기 대응에 실패한 것은 여야 누구나 인정하고 있다”면서 “당연히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지만 메르스 사태가 당장 진정될 것 같지는 않아 청문회를 열기는 이른 감이 있다”고 언급했다.
한편 국회 보건복지위에는 메르스 확산 사태 이후 관련 법안이 잇따라 발의됐다. 16일 현재까지 보름간 국회에 접수된 메르스 관련 법안은 감염병 예방·관리에 관한 법률개정안 10건, 검역법 개정안 2건, 의료법 개정안 2건, 학교보건법과 군의료에 관한 법률 개정안 각각 1건으로 모두 16건에 이른다. 법안들을 살펴보면 △병·의원 피해보상 △투명한 감염병 정보공개 △거짓 진술·격리장소 무단이탈 금지 △메르스 검역감염병으로 지정 △감염관리 의무, 의원급 의료기관까지 확대 △학교·군대 등 집단생활장소 감염관리 강화 방안 마련 등의 내용이 있다.
지난달 26일 새누리당 김명연 의원이 발의한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 개정안은 신고의무 장소 중 ‘그 밖에 여러 사람이 모이는 장소’를 명확히 하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같은 당 유의동 의원도 지난 5일 동법 개정안을 발의했으며, 감염자를 진료한 의료기관과 이동경로, 접촉자 등을 공개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새정치연합 김용익 의원도 4일 동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은 감염병 의심자로 격리 조치된 자에 대한 생활보호 조치를 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같은당 김성주 의원은 정부와 지자체장이 감염병 환자를 진료한 병원에 대해 일시 폐쇄 또는 휴원 등을 명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자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