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 당국은 메르스의 전염력이 약해 국내에 급속히 확산될 일은 없을 것이라며 안심시키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질병을 일으키는 ‘메르스 코로나 바이러스’가 전염성이 강한 쪽으로 변이를 일으켰을 가능성에 대해 무게를 두고 있다. 이런 가능성이 현실화한다면 심할 경우 10여년 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사태를 넘어서 경제활동에도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28일 확진 판정을 받은 F(71)씨의 경우는 격리 대상자가 아니였음에도 감염됐다. 그는 외래진료 대기 장소에서 첫 감염자와 접촉했다가 감염된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 당국에 따르면 F씨가 지난 15일 오전 10~12시 ⓑ병원에서 외래 진료를 받으려고 기다리다가 국내 첫 메르스 환자인 A(68)씨와 밀접접촉한 것으로 추정된다. F씨는 A씨와 같은 병동에 있었지만 같은 병실은 쓰지 않아 보건 당국의 자가 격리 대상에서는 포함되지 않았다가 감염자로 확진 판정을 받았다.
지난 27일에 확진 판정을 받은 의사(50)의 경우도 최초 확진 환자 A(68)씨를 문진하는 과정에서 감염됐다. 밀폐된 공간에서 문진과 청진을 하며 환자로부터 비말(작은 침방울)을 맞긴 했지만, 일반적으로 메르스는 쉽게 전파되는 병이 아닌데도 잠깐 사이에 바이러스에 노출돼 감염된 것이다.
이에 대해 설대우 중앙대학교 약학대학 교수는 “메르스는 10명 중 1명이 걸릴까 말까 할 정도로 전염력이 약한데, 지금까지의 감염 경로를 보면 전파력이 굉장히 강한 특이 케이스로 볼 수 있다”며 “바이러스가 변이돼 감염력이 강해지고 사람 간 전파가 잘 되도록 바뀌었을 가능성도 크다”고 말했다.
메르스 코로나 바이러스는 RNA 바이러스(RNA를 유전자로 갖고 있는 바이러스)로, DNA 바이러스보다 돌연변이를 훨씬 잘 일으키는 것이 특징이다. 만약 변이된 바이러스가 최초 환자의 몸을 통해 국내에 들어왔다면 중동국과는 다른 방식으로 변이해 퍼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설 교수는 보건 당국이 초기 대응을 잘 하는듯 보였지만 추후 상황 대응에 대해 허술한 모습을 보였다고 꼬집었다. 특히 메르스 감염 의심자가 중국으로 출국하는 상황까지 발생하면서 현재 불안감은 더욱 증폭되고 있다.
설 교수는 “얼마나 짧은 기간에 바이러스에 노출된 건지 환자의 접촉 정황을 보건 당국이 면밀하게 역학조사를 해야 한다”며 “그래야 국내에서의 메르스 바이러스의 지표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비말감염보다는 공기중 감염될 수 있도록 변이가 될 가능성이 있다. 만약 공기중으로 전파되는 게 확인된다면 이는 정말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원래 우리가 알고 있는 메르스는 초기에 적당히 격리하면 괜찮아졌는데, 변이가 일어나면 직접접촉으로 옮겨지는 에볼라와 비교도 할 수 없게 된다. 공기중 전파는 엄청난 사회적 제약이 초래될 것이다. 심할 경우 경제활동 자체가 멈출수도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