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시멘트 인수전이 시멘트업계와 레미콘업계 간 자존심 대결 양상이 되고 있다. 시멘트업계는 동양시멘트가 레미콘업계에 넘어갈 경우 가격출혈경쟁이 심화될 것을 우려하고 있는 반면, 레미콘업계는 시멘트 시장에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이달 29일 동양시멘트 매각공고를 낸 후 다음달 26일 예비입찰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어 7월 하순 본입찰을 거치면 동양시멘트의 새 주인이 정해지게 된다. 매각 대상은 ㈜동양이 보유한 동양시멘트 지분 54.96%와 동양인터내셔널이 보유한 19.09%다.
현재까지 시멘트업계에서 한일시멘트와 라파즈한라, 레미콘업계에서는 삼표와 유진이 이번 동양시멘트 인수전에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시멘트업계와 레미콘업계 간 신경전이 가열되고 있는 모양새다.
시멘트업계는 동양시멘트가 레미콘업계에 넘어갈 경우 시장의 가격출혈경쟁이 다시 시작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2000년대 초반 라파즈한라가 인수합병(M&A)을 통해 시장에 진입하면서 가격 인하 경쟁이 붙어 업계 전체가 휘청거렸던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시멘트업계 관계자는 “2010년이 넘어서면서 간신히 가격 경쟁이 줄어들기 시작했는데, 레미콘 업체가 시장에 진출해 가격 덤핑 등의 조치를 취하면 업계가 또 힘들어질 수 있다”며 “동종 시멘트 업체가 인수한다면 적어도 ‘같이 죽자’는 식의 덤핑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레미콘업계에서는 과점 상태인 시멘트업계의 재편을 위해서라도 시장 진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레미콘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시멘트 상위 7개사의 시장 점유율이 90%에 육박했다”며 “이들이 인위적으로 가격을 결정하는 것 자체가 시장경쟁이라는 기본 원칙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동양시멘트 인수를 통해 시멘트-레미콘으로 이어지는 수직계열화를 구축할 수 있다는 점도 레미콘업계에게 긍정적이다. 레미콘의 원료인 시멘트를 안정적으로 공급받게 된다면 원가 경쟁력에서 경쟁사를 앞서갈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원료 조달에서부터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동양시멘트 인수는 얻을 것이 많은 셈”이라며 “저렴한 원가 경쟁력과 시너지를 낸다면 시장 경쟁에서 앞서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법원은 여러 선택지를 나눠 동양시멘트 매각을 진행할 예정이다. ㈜동양의 지분(54.96%)과 동양인터내셔널 지분(19.09%)만 각각 인수하거나 두 지분 전체(74.05%)를 한꺼번에 매입하는 방법, 동양인터내셔널이 보유한 지분 가운데 12%만 인수하는 지분참여 방식 등이 포함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