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빙 열풍에 탄산수를 생수처럼 마시는 소비자들이 급증하고 있지만 일반 생수와 동일한 관리는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먹는 샘물의 경우 과거 폐놀 파동으로 엄격한 수질조사와 관리가 적용되지만, 탄산수는 같은 물임에도 불구하고 사이다나 콜라 같은 음료 수준에 그치고 있다는 것.
26일 정부와 업계 등에 따르면 국내에서 제조한 탄산수는 ‘물’이지만 법규상 ‘식품’으로 분류된다. 일반 정제수에 ‘탄산’이라는 첨가물을 포함했다는 게 이유다. 정제수는 상수를 증류하거나 이온교환수지를 통해 각종 이온과 유기물을 제거한 물이다. 따라서 이 과정에서 미네랄은 대부분 제거된다.
천연광천수를 사용한 수입 탄산수 역시 국내에 들어오면 물 대접을 받지 못하고 탄산음료로 구분된다. 하지만 탄산수가 먹는 샘물의 종류가 아니라 콜라, 사이다와 같은 탄산음료의 일종이라는 것을 아는 소비자는 그리 많지 않다.
탄산수와 먹는 샘물은 제품에 기재된 설명부터 다르다. 생수 품목명은 ‘먹는 샘물’로 표시되고 칼슘, 나트륨, 마그네슘 등 무기질 함량이 표시된다. 하지만 탄산수의 식품 유형은 ‘탄산음료’ 혹은 ‘탄산수’로 표시되고 사이다와 콜라와 마찬가지로 열량, 탄수화물, 지방 등 영양성분이 표기된다. 이는 과자, 아이스크림 등 식품류의 표기 방법과 동일하다.
이 때문에 탄산수를 관리하는 주체도 먹는 샘물과 다르다. 음료의 범주에 들기 때문에 탄산수는 식약처의 ‘식품공전’ 규정을 따를 수밖에 없다. 반면 먹는 샘물은 환경부의 ‘먹는물 관리법‘에 의해 생산단계부터 관리를 받는다. 탄산수는 식약처가, 먹는 샘물은 환경부로 이원화돼 있다.
관리 주체와 적용받는 법규가 다르다 보니 각종 검사 항목도 차이가 있다. 탄산수의 경우 식품으로 분류돼 기본적으로 납과 카드뮴, 주석, 세균수, 보존료 등의 검사만 진행한다. 반면 먹는 샘물은 채취하는 원수의 경우 46개의 항목에 대해 환경부가 검사하고, 최종 제품에 대해서도 50개 항목의 검사를 추가한다.
검사 항목 자체가 간소하게 진행되다 보니 건강을 위해 탄산수를 먹는 물처럼 음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정부 부처 간에도 이를 놓고 격론이 벌어질 정도다.
환경부 관계자는 “(일반소비자들이) 탄산수를 환경부에서 관할하면 더 엄격한 관리가 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지만 식약처에서는 그렇게까지 엄격하게 검사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인 것 같다”면서 식약처를 직접 겨냥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물의 경우 관리 주체를 일원화하기 위해 지난해 탄산수에 관련된 협의를 진행했지만 입장 차이만 확인했다”며 “식약처가 여전히 탄산수를 자신들이 관리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식약처는 “규정대로 식약처에서 관리했으니 담당할 뿐이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탄산수를 음용하는 소비자가 늘어나는 만큼 관리 일원화와 현재 보다 엄격한 검사가 수반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생수 전문가인 경희대 조리외식경영학과 이상선 박사는 “탄산수가 식품의 분류에 포함돼 제대로된 검사와 함량 표시가 안되고 있다”며 “생수와 탄산수의 검사 기준을 한곳에서 일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한편 국내 탄산수 시장은 매년 두 배씩 증가할 정도로 성장 속도가 빠르다. 2011년 100억원에 불과했던 시장은 2013년 200억원, 2014년 400억원까지 치솟았다. 올해 역시 최대 800억원의 시장을 형성할 것이라고 업계는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