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9월 본격 도입되는 계좌이동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우리보다 먼저 시행한 영국의 사례처럼 국내 대형은행들도 고전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계좌이동제는 고객이 은행 주거래계좌를 다른 은행으로 옮기면 기존 계좌에 연결된 공과금 이체, 급여 이체 등도 별도 신청 없이 자동 이전되는 시스템이다. 계좌 이동에 따른 불편함이 사라져 파격적인 혜택을 제공하는 중소형 은행과 비대면채널 은행으로 이탈이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18일 발간한 ‘하나금융포커스’에 실린‘계좌이동제 도입과 영국은행의 엇갈린 명암’에 따르면 영국은 2013년 9월 신계좌이동제를 도입한 후 올 3월까지 175만 건의 계좌이동이 발생했다.
대형은행인 바클레이스(Barclays)는 작년 한 해 동안 약 4만계좌가 유입되고, 12만계좌가 빠져나가 8만명 이상의 고객을 잃었다. 다른 대형은행인 로이즈(Lloyds)는 5만계좌, 낫웨스트(Natwest)는 7만계좌가 순유출됐다.
반면에 중소형 은행인 산탄데르는 17만계좌, 할리팍스는 15만계좌의 순유입을 기록해 작년도 전체 계좌 이동 건수(약 110만건)의 30%를 차지했다. 신계좌 이동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한 데 따른 성과였다.
산탄데르는 예금 잔액에 최고 연 3%의 금리를 주고 핸드폰 요금이나 가스비 결제 등에 대해 1~3%의 캐시백 서비스를 제공하며 고객 유치에 성공했다.
할리팍스는 계좌이동 시 일시금으로 125유로(약 15만4000원)를 주고, 일정 금액 이상의 잔액을 유지하면 매달 5유로(약 6000원)의 현금 인센티브를 적용해 큰 호응을 얻었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국내 대형 은행들도 영국 사례를 참고해 신규 고객 확보 및 기존고객 이탈 방지를 위한 적극적인 대응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