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공익재단과 삼성문화재단은 15일 이 부회장을 신임 이사장으로 선임했다. 두 재단의 이사장을 맡고 있던 이 회장의 와병 기간이 길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 부회장이 부친의 이사장 자리를 물려받은 것이다.
삼성생명공익재단 이사장 임기는 이달 30일, 삼성문화재단은 2016년 8월 27일이다. 이 부회장은 이달 31일 두 재단의 이사장으로 공식 취임한다.
재계에서는 이번 재단 이사장 선임을 이 부회장의 승계 작업 신호탄으로 보고 있다. 삼성 창업주인 고(故) 이병철 선대 회장이 설립한 두 재단 이사장은 그간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그룹 총수가 맡아 왔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이사장 선임으로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 회장을 제외한 이 회장의 공식 직함 두 개를 물려받게 됐다. 부친이 총괄하던 사회공헌 사업을 맡으며 그룹 대표 이미를 정착시켜 나가는, 승계 작업의 첫 발을 뗐다는 분석이다.
삼성은 현재 삼성생명공익재단, 삼성문화재단, 삼성복지재단, 호암재단 등 4개의 공익재단을 운영 중이다. 삼성복지재단과 호암재단의 현 이사장은 이수빈 삼성생명 회장과 손병두 전 서강대 총장이다.
이제 시선은 이 부회장의 회장직 승계 시점에 쏠려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5월부터 와병 중인 이 회장을 대신해 삼성을 실질적으로 이끌고 있다. 업계에서는 연내 회장직 승계 가능성을 내놓고 있지만 삼성은 “그럴 가능성은 낮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 1년간 ‘이재용만의 경영스타일’로 안정적 경영을 보여줬다. 지난해 말 실적 부진에 처했던 삼성전자의 실적을 상당 부분 회복시켰고 글로벌 인맥을 활용해 헬스케어, 바이오, B2B(기업 간 거래), 금융 등 삼성의 신성장동력을 성공적으로 키워 나가고 있다.
경영권 승계에 항상 수반되는 것은 상속세 문제다. 그간 일각에서는 재단을 통해 상속세를 줄이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해 왔다.
삼성생명공익재단과 삼성문화재단 이사장인 이 회장은 삼성전자 지분 3.38%, 삼성생명 지분 20.76% 등을 보유하고 있다. 공익재단은 개인·법인으로부터 회사 지분 5% 미만(성실공익법인은 10% 미만)을 인수할 경우 면세 혜택을 받는다. 이에 따라 이 회장이 재단에 보유 주식을 넘길 경우 상속세 절세가 가능하다는 논리가 줄곧 제기돼 왔다.
삼성그룹은 15일 이 부회장의 이사장 선임을 발표하면서 “앞으로 재단을 통해 삼성 계열사 주식을 매입할 계획은 없다”고 밝히면서 이 같은 의혹을 사전에 차단했다.